은행연합회장 선출 막전막후
by권소현 기자
2017.11.28 16:00:07
벌금형에 발목 잡히고 관출신 부정적 여론에 배제되고
일부는 고사해 논쟁 없이 결정
부산 출신 금융인이라는 점도 주목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에 김태영 전 농협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이 선출되면서 차기 회장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 아닌 만큼 김 전 부회장의 발탁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태영(사진)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의 추천으로 회장 후보에 올랐다. 농협 출신이면서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를 역임하고 농협금융지주 출범 기반을 닦는 등 은행권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은행권 이익을 대변할 은행연합회장에 제격이라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각자 추천한 후보군 7명에 대해 본인 의사를 확인한 결과 일부는 고사했고 일부는 여론 때문에 제외되면서 결국 김 전 부회장이 낙점됐다.
사실 이번 인선 결과는 의외였다. 차기 회장 후보로 홍재형 전 부총리를 비롯해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물론 김태영 전 부회장과 이장호 전 BS금융회장 등의 이름도 나오긴 했지만 무게감은 크지 않았다. 김 전 부회장 스스로도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급부상한 홍재형 전 부총리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에 발목 잡혔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달 중순 항소심에서 정당법 위반에 대해 벌금 80만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받았다.
홍 전 부총리의 벌금형이 걸림돌로 부각되자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로 2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신상훈 전 사장도 자연스럽게 최종 후보에서 멀어졌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 때 신한은행이 고소한 항목 중 배임 혐의와 금융지주회사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경영자문료 관리 소홀 등의 책임으로 벌금 2000만원형을 받았다.
김창록 전 총재나 윤용로 전 행장 등은 관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전 행장은 회장직을 고사했다.
때문에 의외로 쉽게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29일쯤 또 한차례 이사회를 개최하고 바로 사원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으로 추대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별다른 경쟁자가 없어 김태영 전 부회장을 단독 후보로 선출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선에 참여한 한 인사는 “관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홍재형 전 부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군이 좁혀졌다”며 “오히려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가 용이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1971년 부산 영남상고를 졸업하고 ‘주산’ 특기생으로 농협에 입사했다. 현 정부 들어 김지완 BNK 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 부산 출신 금융인들이 잇달아 등용되는 연장 선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져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 행장은 신 전 사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을 뿐 아니라 전일 이사회에서도 차기 회장으로서 손색없다는 내용의 지지발언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사태’에 대해 대법원이 신 전 사장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린 이후 신한금융지주가 그동안 묶어뒀던 스톡옵션 행사를 풀어주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신 전 사장은 여전히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해 앙금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위 행장은 신한사태 때 신한금융지주 홍보담당 임원으로서 신 전 사장과 맞섰던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계에선 신 전 사장이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면 의장사인 신한은행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신 전 사장을 반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신 전 사장이 은행연합회장이 돼야 오히려 신한과의 앙금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에 위 행장이 지지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전 부회장은 오는 29일 은행연합회 사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미 은행연합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차기 회장 취임 준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