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그린 중심 딥체인지 가속"…5년간 30조원 투자

by경계영 기자
2021.07.01 15:50:24

정유기업서 친환경 에너지·소재기업으로
'친환경 핵심' 배터리, 130조원 잔고 기반 성장
정유·화학, 친환경 사업모델 전환…넷제로 추진
"ESG 경쟁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할 것"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은 그린(green·친환경)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와 자산 구조, 정체성을 전면적이고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합니다.”

1962년 우리나라 최초 정유기업으로 출발해 국내 대표 정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1일 창립 60년을 한 해 앞두고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표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2019년 혁신 실행 전략을 발표한 데 이은 세 번째 행사로 혁신 완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간 강조한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의 완성판이기도 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017년부터 시작한 딥체인지와 혁신을 이제는 완성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사회, 이해관계자와 함께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 중심엔 배터리(이차전지) 사업이 있다. 그 기반은 1TWh를 넘어선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주 잔고다. 이는 130조원에 해당하며 배터리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점 찍었던 2017년 5월 60GWh에 견줘 17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수주 잔고가 1TWh를 웃도는 배터리 제조사는 세계적으로 2곳 정도에 불과하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수주 잔고뿐 아니라 내년 말께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다보니 수주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규모는 현재 40GWh이지만 2023년 85GWh→2025년 200GWh→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올해 흑자로 돌아서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 대표는 설명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유력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분사 후 기업공개(IPO)도 공식화했다. 분할 방식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근 상장한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가 물적분할된 이후 IPO했고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 등도 100% 자회사였다가 지분 매각 등 재원 조달을 추진해온 만큼 배터리사업 역시 물적분할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 역시 전지사업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후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진행하고 있다.



물적분할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이날 장중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보다 9.31% 하락한 26만8000원까지 내렸다. 다만 김준 총괄사장은 “사업 지주사로서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을 개발해 가치를 추가 창출하는 등 할인요인을 초과하는 가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만드는 배터리 분리막(LiBS) 역시 분리막 시장에서의 세계 1위 위상을 굳히고자 생산능력을 현재 14억㎡에서 2023년 21억㎡, 2025년 40억㎡로 점차 증대한다. EBITDA는 올해 3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1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자체 확보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에 속도낸다. 배터리 적용 영역도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으로 확대하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등 신규 사업도 개발·육성한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친환경 시대 애물단지로 전락한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석유화학 사업과 정유 사업은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꾀한다.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생산한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연간 250만t 이상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는 동시에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로 높인다. 친환경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2025년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기존 사업 과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석유사업의 경우 △전 사업장의 연료원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는 등 운영 최적화 △수송용 연료 생산을 줄이는 대신 석유화학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추진한다.

김준 총괄사장은 “탄소 사업을 당장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 매각하기 쉽지 않다”며 “탄소 사업이지만 구조를 바꿔 가치를 높인 상황에서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것이 맞고 최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도 2050년 전으로 앞당겨 ESG 경영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사업을 성장시키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액 2배가 넘는 30조원을 집중 투자하고 그린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같은 기간 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