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유력?"…삼성전자, 美투자 뉴욕·애리조나 배제 못하는 이유

by신민준 기자
2021.05.26 16:42:41

단일 투자 역대 최대 19조원 신규 파운드리에 투자
텍사스, 집적 효과 크지만 한파 피해 재발 가능성도
뉴욕, 유일한 민주당 텃밭에 반도체 지원법 발의 이점
애리조나, 인텔·TSMC 등 투자해 새 반도체 허브 부각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단일 투자로 역대 최대 규모인 170억달러(약 19조원)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를 예고하면서 생산 공장(팹·Fab) 설립 지역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팹이 있는 텍사스주가 유력하다고 점쳐지는 가운데 뉴욕주와 애리조나주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예상을 벗어난 의외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비지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현지 투자 계획을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이를 통해 양국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기남 부회장은 투자 지역과 결정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170억달러는 단일 투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시안1공장에 108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텍사스를 비롯해 뉴욕주와 애리조나주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텍사스주의 경우 오스틴시에 삼성전자가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팹을 운영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팹에 5나노미터 극자외선(EUV)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인 만큼 집적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초 한파에 따른 팹 가동중단으로 적잖은 손실을 본데다 세제 혜택 등을 놓고 오스틴시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뉴욕주와 애리조나는 이런 점을 노리고 파격적인 혜택과 이점 등을 내세워 삼성전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텍사스주에 한파가 다시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에 팹 분산을 통해 리스크 등을 줄일 수 있다.



뉴욕주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애리조나주와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텃밭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가 뉴욕주에 투자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징성을 띄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뉴욕주의 경우 주지사가 차기 민주당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앤드류 쿠오모라는 점도 향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공화당 소속 부시 워커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캠페인에서 대규모 외국 기업 투자 사례로 삼성 유치를 홍보했다. 삼성전자는 부시 전 대통령이 텍사스주지사였던 1998년에 오스틴 공장을 준공했다.

뉴욕주는 미국 정치계 거물인 척 슈모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이 반도체 팹 유치를 위해 새로운 반도체 지원법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의 거대 협력사 중 하나인 IBM이 뉴욕주 알바니 나노테크단지에 있는 점도 장점이다. 뉴욕주에는 과학기술첨단제조상업단지(STAMP)도 있어 충분한 물과 함께 전기, 전문 인력 등을 공급받기가 수월하다.

애리조나주는 이미 삼성전자에게 1조원 규모의 세제혜택 등을 제안했다. 애리조나주에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자 경쟁사인 인텔의 생산 거점이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 강화를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자가 됐지만 PC를 넘어 가전·통신·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경쟁자인 TSMC가 애리조나에 팹을 건설하고 있다.

애리조나주가 새로운 반도체 허브가 될 경우 미국 정부차원의 막대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유치하면 애리조나주는 세계 3대 반도체기업의 첨단 파운드리 팹을 모두 보유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최대 500억 달러(약 57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종 결정이 올해 여름 쯤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인 만큼 시급한 사안은 아닌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후보지역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여러 부분을 고려한 뒤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