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계영 기자
2014.09.01 16:42:17
회사채 1.5·2년물 2000억 발행
ABS서 회사채로 눈돌려..기관 자금 관전 포인트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공모 회사채 시장으로 돌아온다. 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오다 자구계획 진행 등 투자심리가 안정됐고 시장 여건도 개선됐다는 판단에 다시 공모채의 문을 두드렸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회사채 만기 1년 6개월과 2년 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다음달과 11월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맡는다.
대한항공이 공모로 원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2년 말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 정도로 재무 여력이 약해진 데다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부담이 커지는 등 공모 발행이 여의치 않자 공모 회사채 대신 ABS를 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여객·항공화물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34%가 개인 투자자에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 ABS 발행 규모가 6500억원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발행하기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반면 회사채 시장에서는 수요가 어느 정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S-OIL)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구계획이 진행되자 투자심리도 다소 안정됐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절대 금리 매력을 찾아 자금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대한항공 3년물 민평금리는 4.130%로 같은 ‘A-’등급 회사채 평균 민평금리 3.860%보다 0.27%포인트 높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96.9%인 데다 순차입금이 14조원에 이른다. S-OIL 지분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당초 계획안보다 매각 자금이 적었고 지분을 담보로 한 차입금을 갚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90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제 연결회사로 포함된 한진해운 또한 걸림돌이다. 유상증자, 자금 대여 등으로 6500억원을 이미 지원했지만 해운업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앞으로 자금이 더 투입돼야 할 수도 있다. LA호텔 사업으로 자회사 HIC에 1069억원을 증자하는 등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고 항공기 도입,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금리 매력도가 높긴 하지만 기관의 자금이 들어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