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줄줄이 퇴출 위기..기업회생절차 문제없나

by정수영 기자
2014.03.31 18:18:09

벽산건설, 청산절차 조만간 돌입
동양건설, 자금 마련 못해..쌍용건설은 완전자본 잠식 상태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벽산건설이 1일 상장 폐지에 이어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개선작업(또는 회생절차) 신청, 인수·합병(M&A) 실패, 주식 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 등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건설사가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1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도급순위) 100위 안 건설사 가운데 현재 18곳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작업(법정관리) 상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신청 25개 건설사 중 7곳만 졸업했다.

건설업계는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까지 들어갔던 회사들이 파산에 이른 것은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현재의 회생절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 거래가 정지된 벽산건설은 상장폐지가 확정된 상태다. 또 지난달 기업회생절차 철회를 요청한 상태여서 곧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벽산건설뿐 아니라 비슷한 상황인 다른 건설사들도 줄줄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주식 거래 정지된 동양건설산업은 31일까지 5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쌍용건설도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같은해 2월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채권단은 조만간 이 회사의 상장 폐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식 거래가 정지된 신일건업과 범양건영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거래소의 상장 폐지 통보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신일건업은 오는 6월까지, 범양건영은 오는 8월까지 개선기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졸업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이 더 악하되자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신규사업 수주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경우 발주처의 건설기업 등급 기준 제한으로 입찰 자체가 제한되는데다 채권단은 사업비 부담에 신규사업을 꺼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둘러 졸업을 종용하는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법정관리시 법원 등이 조기졸업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체질이 허약한 건설사가 시장에 나오면 보증서 자체를 발급받을 수 없어 오히려 더 부실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M&A가 모범 답안이지만 쉽지는 않은 상태다. 벽산건설은 지난달 중동계인 아키드 컨소시엄과의 M&A를 추진했지만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쌍용건설도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 기업과의 M&A가 5차례나 추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법정관리 상태인 LIG건설과 남광토건 등도 매각 작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의 경우 현재 3~4곳의 업체에 경영권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M&A업계 관계자는 “건설 매물이 수두룩한 상황이고, 공사 물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건설업은 현재 M&A 시장에서 흥미가 떨어진 종목”이라며 “최종 계약까지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달 초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의 지분 인수(개별사업 부분 인수)를 허용키로 했지만 주로 주택사업 위주인 국내 중견건설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M&A시장에 나와 있는 건설회사 대부분이 주택 전문업체라서 사모펀드가 인수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며 “현재로선 주택시장 상황이 좋아져 건설회사 M&A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