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푼다” 공언에 돈 들어왔다, 中 증시 나흘새 8조원 순유입

by이명철 기자
2024.09.30 18:57:43

인민은행 부양책 발표 후 5거래일간 중화권 증시 급등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추정, ELS·ETF 투자자도 반색
재정 지출 등 추가 정책 예고 “국경절 후 더 오를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증시로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인 유동성 공급 및 재정 투입을 예고한 영향으로, 외면받던 중국 증시는 지난주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중국 CSI300지수 추이(그래픽=김일환 기자)
30일 엠피닥터 등에 따르면 중국 증시의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는 인민은행이 부양책을 발표한 24일부터 5거래일간 25.1% 상승했다. 상하이·선전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21.4%, 28.8% 올랐다. 선전지수는 이날 하루만 11%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에 자금이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낮추고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인하하는 등 시중에 대거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 국채 발행 등 재정 정책을 예고했다.

부양책이 발표된 후 24~27일 4거래일간 중국 본토 증시 순유입액은 436억위안(약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중국 본토 증시는 1671억위안(약 31조3000억원) 순유출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는데 막판 투자심리가 반전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달러대비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며 외국인 자금도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7.011위안으로 16개월만 최저치(위안화 강세)다.



중국은 증시에서 해외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자 지난달부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비공개 조치했다. 이에 최근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알 수 없지만 달러대비 위안화 강세 추이를 고려할 때 유입 규모는 상당수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은행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난주는 아시아 지역에서 씨티의 주식 판매 및 트레이딩 팀에게 가장 바쁜 시기였다”며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로 기록적인 고객 유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홍콩 증시도 활황세다. 항셍종합지수와 H지수는 24일부터 5거래일간 각각 15.9%, 17.5% 상승했다. 항셍지수는 지난해 8월 1일 이후 1년 2개월여만에 2만선을 돌파했다. H지수가 7000선을 넘은 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한때 홍콩 증시가 급락해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던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의 우려가 커졌지만 최근 급반등으로 손실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 국내 증권가에서는 ELS 발행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중화권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부동산 등 실물경제까지 회복하기 위해선 재정 지출 같은 추가 정책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긍정적 분위기라는 판단이다. 중국 화진증권의 덩리쥔 연구원은 “정책 방향과 기조가 구체적이고 매우 명확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경절 연휴 이후 기업 실적 회복과 외국 자본 유입 등으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