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 투표' 선관위 감사한다는 감사원..왜 논란인가[이슈분석]

by이유림 기자
2022.07.05 17:05:05

감사원 직무 감찰 권한 어디까지…선관위와 정면충돌
감사원 "감사원법 제24조" vs 선관위 "헌법 제97조"
원인 제공한 선관위…논란 차단 위해 법개정 필요성도

[이데일리 김기덕 이유림 기자] 감사원이 지난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일으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 감찰에 착수한 것과 관련, 감찰의 근거를 놓고 감사원과 선관위가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에 명시된 직무 감찰 범위에 따라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인 반면, 선관위는 헌법 제97조를 근거로 자신들은 직무 감찰 제외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10월 즈음 감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선거 업무에 대한 자료 제출을 놓고 두 기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3월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ㆍ격리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이 직무 감찰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 사무실에 다수의 감사관을 투입했다. 현재는 선거 업무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오는 9~10월쯤 정식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3년마다 진행되는 선관위에 대한 정기 감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은 주로 일반 행정이나 회계 감사에 국한됐다. 선거 관리와 같은 선관위 ‘고유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관 운영에 대한 전반을 살피겠지만, 그중에서도 ‘소쿠리 투표’ 논란이 워낙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같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의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바구니·쇼핑백·쓰레기 봉투에 담게 해 시민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관위의 투표 부실관리로 인해 직접투표·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달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 당시 선관위 감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쟁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고유 업무에 대한 감찰 권한이 있느냐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설치한 것은 각종 선거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이해관계인 등 외부로부터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본 근거는 헌법 제97조다. 해당 조항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감사원의 직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감사원의 해석은 다르다.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범위를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했고, 직무 감찰 제외 대상으로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명시했다. 국회 등과 달리 선관위는 제외 대상으로 적시되지 않아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는 선거 관리 업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일으켰다”며 “이제 와서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반발한들 오히려 숨길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대상이냐는 것에 대한 법률적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감사원 대상이든 아니든 간에 자청해서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겠다고 요청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감찰 대상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제 없는 기관은 없다. 독립 기관이라고 해서 감사를 안 하면 그 기관은 누가 감시하느냐”며 “다만 감사 대상을 명확히 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