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백신 접종 안간힘…아파트·金에 소·닭까지 지급
by방성훈 기자
2021.08.10 16:39:33
민간기업들도 유인책 마련 등 백신 접종 적극 독려
홍콩 부동산업체, 추첨 통해 16억원짜리 아파트 지급
인도 맥도날드 20% 할인·인도네시아선 생닭 제공
필리핀·중국 등은 당근보다 채찍…"안맞으면 처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 16억원 상당의 신축 아파트부터 1억 6000만원 규모의 금(金), 토지, 쌀, 소, 닭 등 국가마다 사정에 걸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CNBC는 10일(현지시간) 아워월드데이터를 인용, 지난 8일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백신 접종률이 11.6%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 41.6%, 북미 38.8%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주요 도시에서 전염성이 높은 델타변이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백신 접종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우선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확산하면서 각국 국민들이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접종률이 낮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의 유통·보관 기한이 한정돼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이미 확보한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정부 뿐이 아니다. 각국 기업들도 팔을 걷어 백신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국민들이 백신을 맞아야 경제가 되살아나고 경영도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기업들은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파트, 금, 공짜 항공티켓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백신 접종 캠페인 후원을 위해 내놓은 금액은 총 7300만 홍콩달러(107억 8283만원)에 달한다.
홍콩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한 곳인 신화그룹(Sino Group)은 1등에게 약 1080만 콩달러(약 16억원)에 해당하는 침실 1개짜리 신축 아파트를 상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정부의 백신 접종 캠페인을 돕기 위해 2000만 항공마일리지를 확보, 단 한 명의 행운아에게 에어버스 A321네오 항공기에서 개인 파티를 열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중국 금은거래소는 2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 총 100만홍콩달러(약 1억 600만원) 규모의 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필리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들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라스 피나스 시티에서 최소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경우 집, 오토바이, 식료품 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마닐라 외곽 수캇에서는 백신 접종자 20명에게 매주 25㎏ 쌀 포대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백신 접종을 돕겠다는 취지다.
필리핀에선 상품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마닐라 내 접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워월드데이터에 따르면 필리핀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 5일 현재 9.8%다.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페카트 지역에선 백신을 맞은 45세 이상 성인에게 살아있는 닭을 선물로 주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 ‘백신에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 있다’ 등 잘못된 정보와 거짓 소문이 떠돌면서 많은 노인들이 주사를 거부한데 따른 대책이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 CNBC는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5% 가량이 이슬람교도다. 국가 최고 이슬람 단체는 백신 접종을 승인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으로 허용되는지와 관련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기준 전체 인구 2억 7000만명 중 9.8%만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인도에선 맥도날드가 백신 접종 고객에게 가격을 20% 인하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인도 구라자트주 라지코트에선 금세공사들이 45세 이상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돕고 있다. 이들은 백신을 맞은 여성에겐 코걸이 장식을, 남성에겐 믹서기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6일 5억회 이상 백신을 투여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백신 접종률은 8.2%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3차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보건소에선 지난 3월 60세 이상 주민들이 첫 백신 접종을 받았을 때 2.5kg의 계란을 나눠줬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에서 당근(상품)보단 ‘국가적 의무’라는 채찍(위협)을 통해 백신 접종을 촉진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중국에선 총 17억회분의 투약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