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코리아' 열풍에도…韓 부도위험지표 왜 치솟나
by김정현 기자
2017.11.13 16:57:17
최근 한국물 CDS 프리미엄 장기간 연중 최고
北 도발 소강 상태이지만…외국인 불안감 여전
韓 주식 사지만…'보험 들고자' CDS 수요 높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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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해외 투자자들이 한반도 리스크에 대해 예상보다 더 우려하더라고요.”
국내 한 증권사에서 채권 리서치를 담당하는 A 팀장은 지난주 대만 금융시장을 둘러보고 짐짓 놀랐다. 대만의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을 상대로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설명회를 했는데, 가장 궁금해 했던 게 한반도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특히 만났던 거의 모든 기관들이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정도인 만큼 한반도 우발 충돌을 우려했다는 거다.
A 팀장은 “대만 투자자들 대부분은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물 자산 투자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었다”고 회고했다. 최근 국내 주식과 원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게 그 방증이다.
최근 CDS 프리미엄이 석달째 연중 최고치를 보여 주목된다. ‘바이 코리아(Buy Korea)’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이상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달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평균 71.38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혹은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또는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덩달아 상승한다. 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CDS 프리미엄은 올해 들어 단연 최고 수준이다. 한반도 리스크가 본격화 했던 지난 8월(62.08bp)과 9월(69.59bp)보다 커졌고, 연초인 1월 당시 46.92bp와 비교하면 50% 넘게 올랐다. 과거 북한 리스크 때는 반짝 상승했던 반면 최근에는 두 달 반 가까이 장기간 고공행진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현재 중국(11월 평균 56.48bp)보다 더 높다. 통상 중국보다 낮았지만, 8월부터 역전됐다. 카탈루냐 독립 이슈로 혼란이 커진 스페인(11월 평균 62.18bp)보다도 더 높다.
| 올해 한국과 중국,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추이. 자료=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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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국내 주식과 원화는 초강세여서 더 미스터리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CDS 프리미엄이 이렇게 오랜기간 연중 최고치인 것은 금융위기 이후 유례가 없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자 CDS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사면서도 CDS를 통해 (북한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면서 “그것 외에는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 리스크가 국내 주식과 채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이를테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주식의 가치는 글로벌 경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주요 사업장들도 해외에 상당부분 분포해 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만에 하나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원화 채권금리는 급등(채권가격은 급락)하며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에 채권이 주식보다 더 민감하다”면서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를 중심으로 보험 성격으로 CDS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이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예고한 도발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수소폭탄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대한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몰아치기식 도발을 한 뒤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한반도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팀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미사일 기술 자체가 진일보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북한의 충돌이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면서 “CDS 프리미엄에 그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