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평행선 달리는 추경·반도체법 논의 물꼬 트이나

by박민 기자
2025.03.17 16:42:40

이번주 여야정 실무협의체 개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 합의 계기로
민생법안 논의에도 속도 붙을 듯
尹탄핵선고 이후엔 골든타임 놓쳐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회에서 여야 입장차가 팽팽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반도체 특별법 등의 쟁점 현안이 이번 주 열리는 국정협의회(여·야·정 협의체) 실무협의에서 합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국민연금 개혁안도 여야가 ‘모수 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도출하면서 나머지 민생 논의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이번 실무협의에서 여야 합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생 현안을 처리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르면 이번 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 후폭풍이 일면서 민생 현안 논의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정협의회 실무진 차원에서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이번 주에 개최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지난주 여야가 극적으로 접점을 찾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조정)을 3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쟁점 사안인 연금개혁특별위원회(특위) 구성과 구조개혁 등은 조건부를 내걸어 추후 논의하는 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18일 열릴 예정인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를 지나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조만간 나올 윤 대통령 탄핵선고와 함께 정국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며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양당 지도부 간 연금 특위 구성에 합의만 된다면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안을 신속히 논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현재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모수 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모수 개혁안 처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합의처리 의무’가 있는 특위 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합의처리 의무’가 명시되지 않는다면 특위(국민의힘 6명·민주당 6명·조국혁신당 1명) 수적으로 우세한 야당의 의도대로 특위 논의가 굴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연금 모수 개혁안에 일단 공감대를 이룬 만큼 양당 간사 간 추가 논의를 거쳐 전격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연금개혁과 함께 추경 편성안 논의도 재시동이 걸릴 예정이다. 다만 여당은 취약계층 선별적 지원하는 방식으로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씩 소비 쿠폰 등 보편적 지원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언급하고 있다. 여야 모두 대내외적 경제 위기 속에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이처럼 추경 내용과 규모 등에서는 입장차가 크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추경 편성안을 놓고 서로 입장을 좁히지 않고 공전만 거듭하다 결국 빈손 회동으로 끝날 우려도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경 편성과 관련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논의인데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어서 정말로 답답하다”며 “원칙적 합의는 이뤄진 상태에서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세부적인 내역은 실무 협의를 통해서 정해가자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다른 문제를 자꾸 끄집어들여서 연계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모든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취약 계층이라든지 중소 자영업자라든지 이런 분들에게 좀 혜택이 가는 방향이라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조항을 명시할 것이냐를 두고도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반도체업계 R&D 인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의 1회 인가 기간을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안을 대안으로 발표하면서 대화 재개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는 불가피하게 주52시간 이상 근무해야 할 때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 번 신청할 때 3개월 단위로 인가받고, 이후 3회까지 연장해 최장 1년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6개월 특례를 적용하면 한 번만 재심사를 받아도 ‘6개월+6개월’로 총 1년간 제도를 쓸 수 있다. 특별연장근로 기간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 정부의 행정규칙만 바꾸면 변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