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덕 기자
2024.07.11 16:34:01
북대서양 속한 4개 국과 원전 협력 방안 논의
한수원 도전장 낸 체코 원전 사업자 조만간 선정
체코 수주 양상에 따라 네덜란드·필란드 등 향방
안보와 경제 두마리 토끼…공급망·반도체도 논의
[워싱턴=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진행한 릴레이 양자회담에서 원전 수출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주요 의제로 올리며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당초 북한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강화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북대서양에 속한 나토 국가별 특성과 상황에 맞는 이슈를 선점해 안보와 경제 이슈를 모두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일본 등 7개국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이 중 체코,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4개국 정상들과는 신규 원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미 국제경쟁 입찰이 진행되면서 이달 말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둔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누가 가져갈지가 최대 관심이다. 약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사업에는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EDF 등 2개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경합 중에 있다.
윤 대통령도 이날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지원 사격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또 한 번의 쾌거를 만들기 위해 한수원 관련 기업과 함께 팀코리아를 구성해 긴밀히 대응해 왔다”며 “같은 유럽권에 속한 프랑스가 유리해 보이지만 기술력이나 비용, 공사시간 등 대부분 조건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추가 원전을 계획 중인 네덜란드와 핀란드, 스웨덴 정상과도 원전사업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네덜란드는 1기, 핀란드는 5기, 스웨덴은 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가장 앞서 결과가 나오는 체코 원전 수주 결과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원전 사업 파트너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과 진행한 양자회담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1월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추정 100만t 규모의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핵심 광물의 새로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이번 달부터 1년간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의장국을 수임하게 됐다”며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2022년 출범한 MSP는 한국, 미국,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 등 14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동맹을 제안하며 생존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의 딕 스코프 신임 총리와 반도체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미 네덜란드와는 작년 12월 국빈방문 계기에 반도체 동맹을 결성한 바 있다. 이에 후속 조치로서 올 1월에 양국 정부 간 국장급 반도체 대화가 열렸고, 2월에는 양국의 반도체 석박사 과정 학생과 교수 80여 명이 참여하는 제1차 한-네덜란드 반도체 아카데미가 개최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ASML이 국내에 공동으로 1조 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R&D) 센터 건립도 내년 착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스코프 총리도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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