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OCI와 통합 반기든 한미약품 장남 경영회사 상황은?
by신민준 기자
2024.01.23 18:34:01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양그룹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임 사장이 중국 등에서 벌여온 신사업의 부진 등이 영향을 적잖게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사장은 2008년 중국에서 오브맘컴퍼니를 설립했고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센트레 오브맘을 통해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임 사장은 한국에 2017년 12월 오브맘코리아 컴퍼니를 설립했다. 오브맘코리아 컴퍼니는 자본금 92억원을 투자해 임산부 용품 제조해 수출입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 안팎에서 산후조리원 사업은 한미약품의 본업과 상관이 없고 제약회사의 근간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 개발 및 판매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후조리 사업은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경쟁력과도 거의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브맘코리아 컴퍼니의 재무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오브맘코리아 컴퍼니의 2022년 말 기준 자본금은 마이너스(-) 34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임 사장이 2008년 홍콩에서 설립한 코리그룹의 계열사인 코리포항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코리포항은 지난해 비대면 진료 사업을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포항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적어도 5년 이상 수백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코리그룹은 전체적으로 자금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 코리포항은 2022년 11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입주 계약을 체결하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코리그룹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5만1846㎡(약 1만6000평) 부지에 2000억원을 투자해 의약품 및 진단 관련 연구·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욕만 넘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외부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리그룹이 외부투자 유치보다 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를 매각해 코리 그룹에 투자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임 사장이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DXVX(180400)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DXVX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47억원, 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가 2022년 2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DXVX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DXVX는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무기명 전환사채(CB)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5년 만기 전환사채의 만기 수익률이 연 8%로 매우 높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약업계는 주식 전환 가액이 5860원으로 시가(지난 19일 기준 5600원)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만기 수익률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XVX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63억원, 부채비율은 148.8%로 재무 사정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자금 조달 성공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과 관련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임 사장이 DXVX를 활용해 경영권 분쟁에 대응할 자금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DXVX 측은 전환사채 발행은 상장기업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일상적인 재무활동의 하나라는 입장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