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동생 사업 돈대고, 파생상품 투자도
by정두리 기자
2022.04.29 17:30:13
횡령액 614억, 형제가 나눠 사용한 정황 파악
“동생사업 투자” 진술확보 토대로 자금추적
경찰 “남은 돈 파악해 몰수추징”
동생도 조사 마치면 영장 신청 방침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우리은행에서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00억원 넘게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이 구속기로에 섰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횡령금 일부가 이 직원의 동생 사업으로 흘러간 단서를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빼돌린 자금 일부는 해외 부동산 구입, 파생상품 투자 등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금 전부를 인출했고,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일부는 동생이 하는 사업에 투자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계좌에서 동생 계좌로 돈이 이체된 기록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27일 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던 중 동생과 함께 공모해 돈을 빼돌린 혐의를 파악한 뒤 동생도 전날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의 동생은 전날 오전 2시께 경찰서를 찾았으나 모든 진술을 거부하면서 귀가 조치됐다가 조사를 재개하기 위해 재출석한 자리에서 긴급체포됐다. A씨의 동생은 우리은행 직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자사 본점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614억5214만6000원(잠정)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며 A씨를 고소했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차장급인 A씨는 횡령 당시 기업개선부에 근무했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횡령금과 범죄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범죄수익추적팀 5명을 남대문서에 투입했다. 경찰은 횡령금 사용처와 돈의 행방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A씨 일행이 해외 부동산 구입에 횡령한 자금 상당수가 사용됐다는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A씨 일행의 가족은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횡령금 중 남아있는 돈은 몰수추징할 방침”이라면서 “몰수추징을 위해 계좌추적 등 관련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동생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의 회계법인에 대해 전격적으로 감리 착수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