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간호사 면허 소지자 절반이 현장에서 일 안한다?
by강의령 기자
2018.03.15 15:16:41
35만명 중 17만명 의료기관에 재직
공공기관 등 비의료기관 근무자 7만명
실질 간호인력 부족…과도한 업무 분산 필요
| 간호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앞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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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강의령 인턴기자] 지난 달 15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던 신입 간호사 박모(2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절반이 일과 가정의 양립 불가능, 태움(선배의 괴롭힘) 등의 이유로 인해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기사들이 보도됐다. 그렇다면 실제로 간호사 중 절반 정도가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은 총 35만 7772명이다. 이 중 병원, 한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7만 9989명이다.
반면 공공기관(국공립의료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요양시설, 교육기관 등의 비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인력은 7만 5134명이다. 나머지 10만 2000여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면허 소지자 중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50.3%이기 때문에 보도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까지 더한다면 면허 소지자 중 71% 정도가 보건의료 일선 현장에서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
면허 소지자 수는 최근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을 집계한 것이 아니라 병원간호사회가 창립한 1975년부터 매년 누적 분을 합산한 것이다.
간호사들을 대변하는 또 다른 단체인 대한간호협회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면허를 박탈당하지 않는 한 면허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면허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은퇴한 간호사도 면허 소지자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면허 소지자의 현장 근무 비율이 낮다는 것보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실질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간호사 임상활동인력(의료기관서 간호 제공 인력) 수 평균은 인구 1000명 당 6.8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 당 2.4명으로 낮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간호사 활동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입원실 병상 수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5%의 평균 증가율을 보인 반면, 간호 면허 소지자는 2007년 5.3%에서 4.8%(2014년 기준)로 줄었다. 의료기관 활동자 증가율은 4.9%로 병상 수 증가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매년 병원급(개인병원 제외한 중대형 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06년 1895개 기관이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는 9년 만에 3678 개 기관으로 94%(1783곳)나 늘어났다. 매년 198개 정도의 2차·3차 의료기관인 중대형 병원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간호사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대학 신증설과 정원 확대 역시 매년 계속되면서 간호사 신규 면허자 수는 2006년 1만 495명에서 2016년 1만 7505명으로 66.8%가 늘었다.
하지만 운영 병상 수 급증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증가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대한간호협회의 설명이다.
이처럼 업무가 몰리자 간호사들은 근무 환경이 좋은 병원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기관이든 비의료기관이든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도한 업무량’이 ‘박봉의 월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직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규 면허 취득자 수를 늘리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등을 통해 간호사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