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전집' 20권 완간…미공개산문 등 수록

by채상우 기자
2017.08.21 16:25:10

5년 걸쳐…10대부터 80대까지 작품집대성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 식당에서 열린 ‘미당 서정주 전집’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남호 고려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편집위원인 최현식 인하대 교수, 이경철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 전옥란 작가, 윤재웅 동국대 교수와 주연선 은행나무출판사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이 완간됐다. 총 20권이다.

2013년에 기획한 전집은 미당 탄생 100주년이던 2015년 발간을 시작해 최근 비로소 끝을 봤다. 전집은 미당이 10대부터 80대까지 남긴 시·자서전·산문·시론·소설 등을 집대성했는데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도 다수 포함했다. 이남호(고려대)·윤재웅(동국대)·최현식(인하대) 교수, 이경철 평론가, 전옥란 작가 등 미당의 제자와 연구자들이 간행위원회를 꾸려 5년간 꼬박 작업했다.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 식당에서 연 ‘미당 서정주 전집’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편집위원들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미당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꾼 책”이라며 “역사 속에서 다른 것들은 사라지고 잊혀지만 미당 문학은 길이길이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미당 문학은 비언어를 포함해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와 역사가 아닌 예술의 관점에서 얼마나 훌륭한지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미당을 시인으로 인식한 시점부터 바꿨다”며 “미당이 동아일보에 시를 투고한 1933년을 그 기준으로 보고 그 시절작품을 전집에 넣었다”고 말했다. 흔히 미당이 첫 시집 ‘화사집’을 냈던 시점인 1941년을 미당의 시인인생의 시작점으로 본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미당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이뤄졌다. 편집위원들은 시로써 제국주의 일본과 전두환 독재정권을 찬양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서정주를 적극 ‘변론’했다. 이 교수는 “문학과 작품을 따로 봐야 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작은 부분 때문에) 미당이 이룬 업적 전체를 부정할 순 없다”며 “잠실운동장에 잡초 몇 개가 있다고 운동장을 갈아엎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윤재웅 교수는 “이번 전집 출간이 미당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전체적으로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70여년에 이르는 미당의 문학활동 기간의 작품을 세밀하게 수집해 정리하고 체계를 세워 엄선한 다음, 다양한 판본을 비교해 가장 합리적인 표기를 택했다”며 “미당의 본의가 왜곡변형된 기존 편집의 사례를 모두 찾아 바로잡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전집에는 서정주의 시 950편이 실렸다. 가미카제 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마쓰이 오장 송가’ 등 친일시는 수록하지 않았다. 전옥란 작가는 “전집에는 생전 시집으로 발표한 작품만 수록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미당 서정주 전집(사진=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