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거취 둘러싼 설(說) 난무…北 지도부 재편

by장영은 기자
2015.11.10 17:08:09

북한 서열 2위 최룡해 리을설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져
오일정 등 ''항일 빨치산 2세대'' 자취 감춰
황병서·대남라인 선전은 두드러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평가받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실각설(說)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 북한 지도부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사망한 북한 인민군마지막 원수인 리을설의 장의위원 명단에서 최룡해 비서가 빠지면서부터였다.

북한이 리을설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의위원장으로 나선만큼 171명의 장의위원 명단은 현재 북한의 권력 지형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최 비서가 장의위원에 들어가지 않은 데 대해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라면서도 “어떠한 정보나 첩보도 입수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전 사례를 비춰봤을 때도 최룡해 급의 인물이 특별히 드러난 이유 없이 이렇게 갑자기 자취를 감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최 비서가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진데다, 지난달 31일 이후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측을 삼가는 분위기다.

최 비서의 거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만이 제기되고 있다. △물이 새는 백두산발전소의 부실공사 책임으로 해임됐을 가능성 △당 내 문제로 근신 처분을 당했을 가능성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 등을 비롯해 북중 정상회담 준비차 중국에 방문 중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최 비서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최 비서는 지난달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상무위원을 만나는 회담을 갖는 등 북한 최고위급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에따라 현재로서는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근신 중이거나,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나 다른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장의위원 명단에는 오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중환으로 몸무게가 20kg 이상 빠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강석주 당 국제담당 비서도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양 교수는 “정치국확대회의가 개최된 정황이 아직 포착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면 최룡해가 모든 당직을 박탈당했을 가능성도 낮다”면서 “직위는 유지하되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활동이 중단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번 리을설의 장의위원 명단을 보면 항일 빨치산 2세대의 부진과 대남 라인의 선전이 돋보이는 등 북한 지도부가 지난해에 이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최룡해 외에도 오일정 당 군사부장과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특히 오일정 군사부장은 최룡해와 함께 항일 빨치산 2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김기남 노동당 선전담당 비서는 지난해 7위에서 5위로, 김양건 당 비서도 14위로 올라섰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이번 리을설 장의위원 명단에서 3위에 올라 확실한 실세임을 과시했다. 박봉주 내각총리보다 먼저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