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영은 기자
2025.03.11 15:15:36
트럼프발 고율 관세 가시화…정책 불확실성 ↑
"제2의 티메프 될라" 홈플러스 부도 우려도 악재
늦어도 이달 안엔 헌재 선고…국내 정국 분수령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대내외적으로 굵직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 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 총성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며 급락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뉴스 빅데이터를 이용해 국민의 경제 심리를 측정하는 뉴스심리지수(NSI)는 이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별 지수는 지난 1일 100.53에서 3일 97.78로 장기평균(2005~2024년)인 100을 밑돌더니 9일에는 88.65로 90선 아래로 내려왔다.
NSI는 한은의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주요 공식 통계에 유의미하게 선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뉴스를 통해 경제 상황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 돌발 변수가 많은 최근 국면에서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공식통계인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에 1~2개월 선행하는 월별 NSI를 봐도 작년 12월 85.75에서 올해 1월 99.32, 2월 99.85로 반등했다가 3월 잠정치(1~9일)는 87.08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달 뉴스심리지수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관세정책”이라며 “관세 전쟁 본격화는 물론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심리가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와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달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이틀 뒤인 6일에는 대부분 품목에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상호 관세 시행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해 글로벌 무역 환경이나 우리 수출엔 악재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납품·입점 업체는 물론 금융권에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미정산이 발생했던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 열흘치 정도만 집계가 된 이번달 NSI의 향방은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과 국내 정치 일정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를 올리고, 성장률은 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둔화를 용인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며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국도 이번달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번달 안에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NSI는 경제뉴스만을 데이터화해서 심리를 추산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이 정치 이슈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정치 이슈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와 이후 정치 일정, 분열된 여론의 대립이 격화될지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엇갈릴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헌재 판결에 대해 말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거나 현 상황이 장기화하는 국면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시장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역사적으로 높은 현 수준의 환율은 시장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심리적인 부담감을 주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