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마약 관리…65번 병원 찾아 마약류 8년치 처방받아

by이수빈 기자
2024.10.16 16:00:42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실
마약류패치제 ''사용기간'' 반영 안되는 심평원 시스템
서영석 "마약류 관리 사각지대 발생…시스템 정비해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마약류인 펜타닐 패치제와 부프레노르핀 패치제를 과다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3년간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패치제는 사용기간이 정해져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리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아 마약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제도적 미비점을 이용해 병원에 65번 내원해 총 7년 9개월 치의 마약류 패치제를 처방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마약류인 펜타닐 패치제와 부프레노르핀 패치제를 과다처방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이 제출받은 ‘마약류 패치제 초과사용 현황’을 보면 펜타닐 패치제를 연간 한도를 초과해 사용한 수진자는 2021년에는 294명, 2022년 246명, 2023년 189명에 달한다. 펜타닐 패치제는 1매당 3일을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으며 연간 122매를 초과해 사용할 경우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마약류 패치제인 부프레노르핀 패치제의 초과사용 수진자는 이보다 많았다. 1매당 7일을 사용하게 돼 있어 1년간 총 52매 사용으로 제한돼 있는 이 패치제의 경우 초과 사용한 수진자는 2021년 1590명, 2022년 1640명, 2023년 1452명 등 총 4893명이었다.



마약류 패치제 초과 처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시스템은 1회 투여량과 1회 투여횟수, 총 투여일수만 입력하게 돼 있다. 마약류 패치제처럼 사용기간이 정해진 의약품의 경우에는 이를 반영할 수 없어 관리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 미비점을 이용해 경북의 30대 남성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 의료기관을 22번이나 찾으며 펜타닐을 440매 처방받았다. 광주광역시의 30대 여성의 경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25개 의료기관을 65번 찾아 펜타닐 패치를 960매 처방받았다. 연간 한도 122매 기준으로 각각 3년 6개월, 7년 9개월 동안 사용할 분량을 처방받은 것이다.

서 의원은 “심평원 DUR의 마약류 패치제 중복처방 점검시스템은 사용기간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마약류 오남용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DUR 시스템 개선과 점검 의무화,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의 연계 등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