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주범' 김봉현 동탄서 48일만에 검거…"9층서 탈출 시도·욕설까지"(종합)

by권효중 기자
2022.12.29 19:51:00

서울남부지검, 29일 오후 김봉현 전 회장 검거
경기 동탄 아파트서 수면바지 입고 홀로 있다 잡혀
검거 과정서 심한 저항…건강엔 이상無
검찰, 도주 경로와 동선·압수물 등 추가 수사 예정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재판을 앞두고 도주했다가 48일만에 검거된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당시 검거 당시 욕설을 하고, 아파트 9층 베란다를 통해 탈출하려고 하는 등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건강엔 이상이 없는 상태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최대한 빠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가 29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서 전자 장치를 끊고 도주한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29일 오후 3시 57분쯤 검사와 수사관들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은신하고 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서울남부구치소로 신변이 인계돼 수감됐다.

남부지검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브리핑을 열어 “철야 잠복, 현장 탐문 등을 병행해 여러 단서와 물적 증거를 종합해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숨어있던 아파트가 누구의 명의인지, 은신처를 어떻게 특정했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도주 경로와 동선 등엔 추가적인 수사를 할 계획이다.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아파트에 혼자 있었고, 검찰은 소방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후 김 전 회장은 검거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고 고함을 치고 베란다로 탈출을 시도하는 등 심한 저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정 서울남부지검 제2차장검사는 “김 전 회장은 수면바지를 입고 혼자 집에 있는 상태였다”면서 “고함, 격한 말 등을 사용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9층인 아파트 베란다 창틀을 넘으려 시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도주 중이던 김 전 회장의 밀항을 막기 위해 해경 등 경찰과도 긴밀한 협조를 해왔다고 밝혔다. 허 차장검사는 “신속하게 해경에 밀항 대비를 요청했고, 해경에서도 한파 속에서 밀항 관련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많은 고생을 했다”며 “김 전 회장이 밀항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등 여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초기 수서경찰서의 자료 공유와 해경의 밀항 단속 등을 바탕으로 검찰이 최종 검거·체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관련 수사를 서두를 방침이다. 검찰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김 전 회장을 상대로 도주 당시의 전자팔찌 훼손 정황, 휴대폰이나 압수물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허 차장검사는 “이번 도피와 관련해선 공용물건 손상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며 “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뉴스1)


김 전 회장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던 일명 ‘라임 사태’(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전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라임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보석이 취소된 상태에서 지난달 11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지난 2019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한 도피 이후 두 번째 도피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검거를 위해 남부지검 형사6부의 3개 검사실을 중심으로, 대검찰청으로부터 수사관 5명을 파견받아 총 23명 규모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후 약 50회에 걸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100여명에 달하는 관계자들의 통신회선을 분석해 그의 도주 경로, 조력자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아울러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지인들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그의 도피를 도왔던 연예기획사 관계자 A(47)씨와 김 전 회장 누나의 애인인 B(45)씨를 지난 6일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B씨는 김 전 회장의 첫 도피를 도운 전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친인척에 대해서도 추적에 나섰다. 전자팔찌를 끊어준 조카 C(33)씨는 지난 23일 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친족은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C씨에게 도주 계획을 공유했고, 검찰은 C씨를 전자팔찌 훼손의 공범이라고 판단해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김 전 회장의 누나에 대해서도 지난 2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인터폴 등 공조를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