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풍선효과 우려에…커지는 양도세완화론
by강신우 기자
2021.11.23 16:50:10
稅폭탄에도 양도세 부담에 매물 안 나와
"다주택자, 종부세·양도세 진퇴양난"
대선주자, 양도세 인하 한목소리 각론에선 차이
윤석열 "다주택자도 혜택" 이재명 "1주택자만"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역대급 종부세 부담으로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면서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의 재고 매물이 시장에 풀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부세 납부 고지서가 발송된 이후 대상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크게 일었다. 일부는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 고지서를 인증하며 “월세를 올려 받겠다” “보이콧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는 위헌심판 청구를 예고하고 1000여 명이 위헌청구에 동의하기도 했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94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2% 늘었다. 세액은 총 5조7000억원으로 전년(1조8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부동산민심이 동요하자 종부세는 국민 98%와는 무관하며 조세 전가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을 재차 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나 법인에 대한 높은 세금부담이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에 들어맞기보다는 정책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공개한 ‘부동산 조세정책이 다주택자의 주택처분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을 보면 2017년 강화한 조세정책 이후 주택 매각보다는 증여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월평균 매매 및 증여 추이를 보면 매매대비 증여 비율은 2015년 4.6%에서 2016년에는 6.3%였지만 2018년 14.5%까지 늘어났고 작년에 19.9%, 올해(1~7월) 20.4%에 달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양도세까지 강화하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매물을 처분할 여지를 좁혀놨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작년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대폭 상향됐다. 규제지역은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의 중과세율이, 3주택자는 중과세율 30%가 적용돼 양도세율이 최대 75%(지방세 포함 82.5%)에 달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높은 종부세와 양도세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어서 정책이 바뀔 때까지 관망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시장 재고매물은 양도세를 완화하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면 주택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도세 완화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까지 비과세 기준을 높이자는데 여야가 합의했지만 다주택자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여권이 선을 긋는 분위기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 등 거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양도세 완화에 대해서는 “당론(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여야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시세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데 잠정합의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당은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바라보고 부동산정책을 펼친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완화는 정치적 부담이 돼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전·월세시장 불안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양도세 완화 등으로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