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수 없다" 애원하는 플로이드에 美 경찰 "말만 잘하네"
by황효원 기자
2020.07.09 15:57:49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이 6월 25일(현지시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있다. (사진=AFPBB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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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인권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이 공개됐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무릎에 8분46초 동안 목을 짓눌려 숨진 플로이드는 “숨 쉴 수 없다”는 호소를 20차례 이상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 촬영된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을 문서로 푼 녹취록을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다급하게 20여 차례 반복했고,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한 데렉 쇼빈 경관은 ”그만 말하라. 그러면 더 산소가 필요해진다“고 답했다.
현장에 있었던 다른 경찰관 알렉산더 킹은 ”괜찮아. 말 잘하네“라고 말했고, 토머스 레인 경관은 ”심호흡“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는 계속해서 ”경찰이 날 죽일거다. 숨을 못 쉬겠다“고 말했지만 경찰관들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플로이드는 “제가 뭘 잘못했죠 경찰관님.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경찰 총에 맞은 적이 있다. 제발 쏘지 마세요”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플로이드의 등과 발을 잡고 있었던 토머스 레인은 “다리를 올리는 게 어떨까. 괜찮은 건가. 목을 누르고 있는 무릎 위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쇼빈은 “그냥 냅둬”라며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플로이드가 의식을 점차 잃어가자 레인은 말리려했지만 쇼빈은 “그래서 지금 구급차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계속 목을 눌렀다.
쇼빈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돌아가신 어머니를 부르던 플로이드는 “마마(엄마) 사랑해요. 내 애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나는 죽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결국 정신을 잃었다.
위의 내용은 플로이드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된 레인이 자신은 플로이드 사망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보디캠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토머스 레인의 변호인은 “내 의뢰인은 플로이드의 맥박을 확인해보자고도 제안했다. 그러나 근무 2주차 신참으로 쇼빈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레인에게 적용된 2급 살인 방조와 2급 과실치사 방조 혐의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레인은 쇼빈을 제외한 다른 3명의 경찰과 마찬가지로 보석금 75만 달러를 내고 석방된 후 불구속 장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