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가 무기다. 美수출 제한 가능"‥中 공식화
by김은비 기자
2019.05.29 16:35:08
국가개혁발전위원회, 인터뷰서 무기화 언급
중국 정부 희토류 수출 금지 땐 미국 기업들 타격 불가피
中 언론도 희토류 중요성 강조하며 정부에 힘 실어
美 자체 희토류 생산능력 확충나서..피해 제한적 분석도
| 중국 남서부 윈난성 시마오 시에 있는 희토류 채굴 현장 모습 [사진= 차이나데일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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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쓰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만약 희토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미국아 희토류 정제 공장을 재가동해 희토류 생산을 재개할 경우 수출중단에 따른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9일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CCTV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 국가로서 개방, 협조, 공유의 방침에 따라 희토류 산업 발전을 추진해왔다”며 “그런데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미국의) 상품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 모두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희토류 자원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겠지만, 희토류 자원은 자국내 수요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는데 원칙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미국에 희토류를 수출하지만,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경우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말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상무부 연구원 출신인 진바이쑹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희토류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자원이라면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의 안보 예외 원칙을 활용해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카드를 생각해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계속 압박을 가한다면 중국이 희토류라는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중국이 대미 희토류 공급을 차단하면 복잡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중국의 손실도 있겠지만 미국에 대한 타격은 분명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진핑 국가 주석도 지난 20일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공장을 방문하며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공장 시찰 당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자원인데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끊임없이 개발과 이용 기술 수준을 높이고 산업사슬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토류는 미국 첨단 산업과 국방 시스템 장비에 사용되는 필수 원료로 미국에게도 꼭 필요한 자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생산한다. 미국 희토류 수입의 80%가 중국산이다.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이 수출 제한을 할 경우 미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미국은 중국 대부분 상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희토류는 제외했다.
미국은 중국 외에도 에스토니아, 프랑스, 일본에서도 가공된 희토류를 수입하지만 이들의 원산지도 모두 중국이다. 대안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희토류를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충분한 양을 확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도 환경문제로 희토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희토류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Lynas)와 합작기업을 세우고 미국에 희토류 정련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3일 상원 군사위원회가 통과시킨 ‘2020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국방부가 희토류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 증액도 승인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미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희토류에 부과하는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다. 미국은 자국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중국에 수출해서 가공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배터리, 군사장비 등 각종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광물질 17가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