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불수능으로 피해”…국가손해배상 청구

by신하영 기자
2019.02.13 13:05:20

“고교 교육과정 벗어난 문제 출제로 피해봤다”
학생·학부모 10명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수능 수학 12문항, 국어 3문항 공교육법 위반”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2019 수능의 교육과정 위반으로 인한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장 제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 학생·학부모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 교육과정 위반한 수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은 국어 만점자 비율이 0.028%에 불과할 정도로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혔다. 수학가형과 수학나형의 만점자 비율도 0.39%, 0.24%로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도 1등급 비율이 전년도 10%에서 5.3%로 반 토막 났다.

문제는 수능이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성화법) 적용 대상이란 점이다. 해당 법률이 선행학습 유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는 위법이란 주장이다.



사교육걱정은 “공교육정상화법은 학교와 대학의 입학전형의 경우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가는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와 내용에 맞게 공정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이를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2019년 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데 있어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는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한 위법”이라며 “고교 수준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국가와 교육과정만을 믿고 따라온 학생과 학부모에게 처참한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9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60문항 중 12개 문항이, 국어 45문항 중 3개 문항을 공교육정상화법 위법으로 판단했다. 현직 교사와 교육과정 전문가 10명이 참여해 수능 문제의 위법 여부를 분석한 결과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이런 고난도 문제를 학교에선 다룰 수가 없고 결국 학원에 가란 얘기”라며 “고교 시험이나 대학 논술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곧바로 고교 교육 범위를 벗어난다고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수능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자인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며 “이는 2019 수능이 고교교육과정을 위반하였음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고들은 자신들과 같은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학교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온 학생들이 눈물 흘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