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톡 과징금, ‘껌 값’이지만 ‘구시대적 규제’

by김현아 기자
2016.12.27 16:20:10

방통위, 세차례 회의 거쳐 고심끝에 중요사실 미고지만 처벌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
방통위, 뉴미디어 전문가 부족 드러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카카오(035720)의 기업 메시징 서비스인 ‘알림톡’ 등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중요 사실 미고지’를 이유로 3억4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가 과징금을 받은 것은 알림톡 수신으로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과 카카오톡 대화창에 입력된 URL을 다음 검색 서비스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방통위는 공식 의결 전 세 차례 비공개 상임위원 회의를 거칠 정도로 혁신 서비스를 만든 카카오에 대한 규제에 신중했고, 또 3억4200만원(알림톡 2억4200만원, URL노출 1억원)의 과징금도 수백억 원을 부과했던 통신사에 비해 매우 적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26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알림톡은 기존 카톡을 토대로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고 우리가 (제재하는 게) 전기통신사업법이나 시행령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에 여러 제한을 가하는 게 전혀 아니죠?”라고 재차 확인하는 등 신중함을 보였다.

심지어 김재홍 부위원장은 “알림톡 개선 방안을 보면 옵트아웃(사후동의)로 됐고 이는 방통위원 전원이 카카오에 대해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가 관대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텔레그램처럼 철저한 통신비밀을 무기로 세계 메신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알림톡
그러나 ‘알림톡’에 대해 과징금까지 부과된 것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유튜브 등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알림톡을 카톡 이용자들에게 사전 동의 받지 않아도 되도록 유권해석한 일은 다행이나, ‘중요 사실 미고지’ 부분이 논란인 것이다.

강성 카카오 준법경영실장(부사장)은 참고인 진술을 통해 “알림톡은 정보 메시지를 받는 서비스여서 이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고 봤다”면서 “서비스 초기부터 데이터 요금이 발생하더라도 정보성 메시지가 갈 수 있다는 걸 이용자 입장에서 좀 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했어야 하지만 그 부분이 위법으로 판단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톡 알림톡 1건에는 약 1000자의 문자가 들어가는데 이를 소비자가 보려면 약 50KB의 데이터(텍스트 기준)가 사용되고, 이는 건당 약 1.25원에서 25원에 달한다. 와이파이 지역에서 보면 무료지만 그렇지 않다면 데이터통화료의 일부를 쓰는 셈이다.

하지만 알림톡을 쓸 때의 소비자 효용 증대를 고려했을 때 과징금 부과 사항까지인지는 논란이다. 알림톡은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어느 정도 배송이 진행됐는지 알 수 있어 편리하다.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받을 때는 발송주체가 명확치 않아 찜찜했지만, 알림톡에선 발송주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건당 9원 내외였던 기업 메시징 가격이 건당 6원으로 떨어져 환영한다. 쏘카 같은 스타트업 뿐 아니라 동부화재, 하나생명, 진에어,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까지 고객이 됐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사업자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다.

방통위 기준 대로라면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많은 서비스들이 ‘중요 사실 미고지’로 과징금을 받아야 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지인들끼리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 사진 캡션이 지인의 이름을 넣어 자동 작성되는 기능이 있는데 이는 페북이 내 지인의 이름과 내 위치, 관계 등을 미리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는 어떤 설명도 동의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카톡 알림톡의 훨씬 더 데이터가 소모되는 유튜브 영상을 무료로 보려면 봐야 하는 동영상 광고에 얼만큼 데이터가 소모되는지 알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근영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외국 사업자에 대해서는 고발이 있으면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방통위 자체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를 볼 때 동영상을 보는데 스스로 접속을 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차감 되지만 문제 없다. 그러나 알림톡을 수신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는데 수신을 강요 당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터넷미디어(OTT) 전쟁 속에서 방통위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미디어 시장의 공정경쟁을 다루는데 위원들 면면을 보면 지상파 출신이거나 언론학자, 법관 등이다”라면서 “인터넷과 기술을 아는, 뉴미디어를 아는 방통위원이 1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알림톡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진 않겠지만 개인의견으로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