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에 주가 널뛰기…테마주 하락폭·손바뀜 급등

by신하연 기자
2024.12.09 16:41:37

정치 테마주 등락폭 확대…회전율 상위도 테마주 포진
개인·외인 순매도 기조…"불확실성 따른 변동성 확대"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시장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다. 정치 테마주를 중심으로 주가 등락 폭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코스피 약세가 이어지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테마주 주가 널뛰기…하락폭·손바뀜↑

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하락 폭이 컸던 50개 종목의 수익률 평균은 -21.02%로 집계됐다. 직전 주(11월26일~12월3일) 평균 수익률 -12.46%을 큰 폭으로 하회하는 수준이다.

코스닥의 경우 변동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코스닥 등락률 하위 50 종목의 수익률 평균은 -28.73%로 나타났다. 역시 직전 주 평균 수익률(-7.12%) 대비 11%포인트 이상 낙폭이 컸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에 시장의 불안 심리가 증폭되면서 주식 매도세가 가파르게 확대된 결과다.

주가 변동성 확대의 중심에는 정치 테마주가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거나, 반대로 기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급락하는 등 종목별로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스타코는 3일 종가 대비 5거래일 만에 165%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신건설(158.85%)과 일성건설(132.18%) 등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일성건설, 오리엔트바이오, 형지엘리트, 이스타코와 코스닥 상한가 종목 수산아이앤티, 오리엔트정공, 카스, 코이즈, CS, 형지I&C 역시 모두 정치 테마주로 꼽힌다.

반면 윤 정부가 추진해온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관련주인 동양철관, 디케이락 등은 향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주인 한국ANKOR유전, 우진엔텍 등도 연일 신저가를 쓰고 있다.



이러한 종목들에서 손바뀜도 크게 늘어났다. 이날 회전율이 100%가 넘은 화천기계(115.23%)와 써니전자(104.53%)는 각각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이다. 이 외에도 형지엘리트, 일성건설, 태양금속, 진양산업, 이스타코, 일신석재 등 회전율 상위 종목에 대부분 정치인과 연관된 테마주가 이름을 올렸다.

◇불확실성 당분간 지속…“방어주로 대응”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외국인과 개인 수급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0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도 나란히 963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으로 정책 모멘텀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 시중금리 상승 우려, 미국 관세 시행 우려, 내년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등 요인으로 인해 환율 상승, 금리 하락, 코스피 약세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내수 심리 악화와 수출 둔화 등 여건에 경기에 덜 민감한 방어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해 봐도 (현재의) 수출과 내수 여건이 불리하다”며 “수출과 내수 여건 모두 비우호적이었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국내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 필수소비재 등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