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노숙女 얼굴에 가차없이 '물대포' 명중…그 남자의 항변

by이선영 기자
2023.01.12 19:37:00

美 유명 갤러리 주인 "물 쏜것 인정하지만 사과는 어렵다"
"노숙 여성이 나에게 먼저 고함 지르고 침 뱉었다" 주장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미국의 한 갤러리 주인이 자신의 상점 앞에 앉아 쉬고 있는 노숙자에게 물대포를 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돼 퍼져 비난이 쏟아졌지만, 가게 주인은 사과를 거부했다.

11일(현지 시각) NBC뉴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같은 소동은 지난 9일 오전 6시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갤러리 앞 보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그곳에는 여성 노숙자 한 명이 가로수에 기대 앉아 쉬고 있었다. 이때 갤러리 주인인 콜리어 그윈은 정원용 호스를 꺼내들고 다가왔고, 이어 여성의 얼굴과 몸에 가차 없이 물을 쏘아댔다.

여성이 손을 허공으로 뻗어 허우적대며 괴로워했지만 그윈은 물 쏘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갤러리 앞 울타리에 기대 한쪽 다리를 꼰 채 태연하게 물을 뿌렸다. 이에 여성은 추운 겨울 날씨에 온몸이 젖고 말았다. 그윈은 물 쏘기를 멈춘 뒤에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여성에게 가라고 소리친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 모습은 인근 빵집 사장 에드손 가르시아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했고 많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해당 갤러리 웹사이트는 “보수 중”이라며 닫힌 상태다.

가르시아는 “케이터링 주문 배달을 가는 길에 이 모습을 봤다. 갤러리 사장은 마치 나무에 물을 주듯 물을 뿌려댔다”며 “전에도 이 여성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늘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에서 잠만 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그날 비가 왔고 추웠기 때문에 갤러리 사장의 행동이 더 잔인해보였다”며 “여성은 ‘좋다. 움직이겠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를 접한 그윈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숙자에게 물을 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 “나는 이곳에서 40년 이상 있었다. 여기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사람처럼 10일 동안 머물며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제 그 여성이 쓰레기통을 뒤지길래 거리를 청소해야 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그러자 여성은 나에게 고함을 지르고 침을 뱉었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어서 물을 뿌려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 노숙자연합 관계자 제니퍼 프리덴바흐는 이번 일에 대해 “정말 잔인하고 차가운 일이다. 해당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담함과 무감각함에 놀랐을 것”이라며 “이번주는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 날씨에 노숙자가 물에 젖었다가는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국은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지난달 연방법원이 노숙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지됐다. 당시 법원은 텐트촌 철거가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노숙자 보호소에 충분한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당국의 철거 조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윈의 갤러리는 지난 198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미국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고(故) 데이비드 록펠러, 유명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일류 고객들도 많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