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금융당국 수장이 `공매도 재개` 입장 바꾼 이유

by양희동 기자
2021.01.20 13:51:36

11·12일 "3월 재개 목표"…18·19일 "결정 안 됐다"
與 신중론·정세균 총리 발언·靑 청원 16만명 동의
입장 변화 이유 명확히 밝혀 시장 혼란 줄여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일단 분명한 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공매도 결정은 시간을 두고 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오해 소지가 있어서 말 안 하는 걸 이해해달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금융위원회 ‘2021 정부 업무보고’ 온라인 브리핑과 19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금융 협력프로그램 협약식’ 등에서 이틀 연속 오는 3월로 예정했던 공매도 재개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인 이달 11일과 12일에 금융위가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이며 3월 공매도 재개가 목표”라고 연이어 원칙론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새해 들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인 양향자 최고위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 등이 불법(무차입)공매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매도 재개에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공매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행정부를 총괄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라디오방송에서 직접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시작된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일 현재 16만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8월 27일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추가 연장하면서, 이 기간에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시장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얼마 전 새해 업무보고에선 이들 사안을 모두 예정대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수장이 불과 며칠 새 공매도 관련 입장 변화를 보인 이유는 정치권과 여론 등을 의식했거나, 제도 개선을 계획대로 마무리 못할 돌발 변수가 생겼거나 둘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가 9명이 참여하는 금융위원회 결정 사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단독 소집 및 의안 제안을 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 필요한 조치도 혼자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도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중대한 금융·경제상 위기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인 만큼, 향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금융당국 수장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표명으로까지 이어졌던,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이슈는 국내 개인투자자에게만 국한된 문제였다. 그러나 공매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 세계 주요 증시가 모두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우리나라만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매도 재개를 위한 준비가 미흡해 금지 기간의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면 관련 내용을 분명하게 밝히고 시장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만약 국내 정치권과 여론에 휘둘리는 결정을 내린다면 결과적으로 시장의 불신을 키워,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자료=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