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주문 폭주하는데..공장은 '칼퇴근'

by김겨레 기자
2018.07.23 14:39:54

때이른 폭염에 에어컨 판매·설치 급증
삼성·LG 등 에어컨 공장, 한달 일찍 ''풀가동''
52시간 맞추느라 진땀..단기간 근로자 투입

LG전자 직원들이 휘센 에어컨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에어컨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에 예년 같았으면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가전업계가 고민에 빠져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버거워서다.

23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7월 셋째 주(7월 16일~22일)의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1% 늘어났다. 캐리어에어컨도 지난주(13일~19일) ‘18단 에어로 에어컨’ 판매량이 직전 한 주보다 3배이상 확대됐다고 밝혔다. 벽걸이형 에어컨도 2배 이상 팔렸다. 대유위니아(071460)와 대우전자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하루에만 7000여대의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단일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전업계는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면서 급증하는 에어컨 주문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과 LG전자 창원사업장은 올해 에어컨 생산라인 ‘풀 가동’ 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겼다. 업계에서 풀가동이란 주말에도 8시간 이상 공장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LG전자는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와 캐리어에어컨은 3월, 대유위니아는 4월부터 공장을 풀가동했다. LG전자의 경우 1분기부터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

올해 초부터 미리 에어컨 생산량을 분산해 일단 폭증하는 수요에 따른 ‘에어컨 대란’은 막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초기 물량은 미리 생산해둔 제품이 있어 대응이 가능했지만 폭염이 길어진다는 전망이 있어 크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폭염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탓에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추산에 따르면 국내 에어컨 판매 대수는 2016년 220만대, 지난해 250만대였다. 올해는 250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는 통상 에어컨 성수기에 평일 정규 근무 8시간외에도 2시간 잔업, 주말에도 8시간 가량 특근을 해 주문 물량을 맞췄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특근이 불가능해 단기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주요 사업장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어 단기간 근로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업무를 위한 교육도 추가적으로 필요해서다. 비숙련 인력이다보니 생산 속도와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에어컨은 여름철 성수기에 주문이 집중되고, 가을 겨울에는 주문량이 다시 줄어들기 때문에 성수기를 기준으로 인력을 운영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처럼 대형 가전업체는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여력이 있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협력사들은 부품 납기를 맞추는데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협력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최대 3개월 단위인 탄력근무제도 무용지물이다. 올 봄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 가동한데다, 에어컨 주문은 9월까지 이어져 3개월 단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에어컨 생산 뿐만 아니라 설치 및 수리 인력도 부족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삼성·LG·대유위니아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설치 및 수리기사를 늘려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더위에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보니 다른 제품에 비해 설치·수리 지연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족이 크다”며 “설치 기사가 초과근무를 했을 경우 대체휴가를 주고, 추가 인력을 투입해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고 있지만 7월말이나 8월초 극성수기에 인력이 부족해 에어컨 대란이 일어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