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계기 남북 축구대회 성사될 듯

by장영은 기자
2017.01.24 15:58:52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남북 한조에 배정
4월 7일 평양서 경기 치를 예정…정부 "규범과 관례에 따를 것"
1년8개월만에 남북 축구대회 평양서 개최…꽉 막혔던 남북교류에 숨통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제대회에서 타이틀이 걸린 남북 축구대표팀간 ‘평양대전’이 사상 처음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최종 예산에서 남북은 같은 조에 묶였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4월7일 평양에서 예선 경기가 열리는데 정부가 국제 대회 규정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방북 허용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국제체육행사 등 남북간 주민 접촉은 국제 규범 등 관례와 절차에 따라 형식과 내용 등을 사안별로 검토할 것”이라며 “4월 초에 예정된 여자 축구 아시안컵 예선과 올해 평창 올림픽 관련 테스트 이벤트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남북간 교류는 물론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서도 현 남북관계 상황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는 방북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대북 압박·제재 기조 속에 남북 교류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남북 축구대표팀은 타이틀이 걸린 경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맞붙게 된다.



단순히 남과 북이 함께하는 축구대회로만 본다면 평양에서 남북간 경기가 열리는 건 지난 2015년 8월 28일 남북 노동자 단체가 함께 개최한 ‘통일 축구대회’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축구대회는 국내 양대 노동자 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참여했으며, 북측에선 조선직업총동맹이 북측 노동자 단체를 대표해 나왔다. 당시 우리측 관계자들은 이스타 항공 전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들어갔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에도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개최를 추진했으나 정부가 방북을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2월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연달아 실시하면서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까지 내려지는 등 대북 압박·제재 강경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상 첫 남북간 국제대회 평양 맞대결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다. 국제대회인 만큼 경기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남북관계 상황이나 경기 진행 방식 및 절차에 대한 북측의 입장 등에 따라 제 3국에서 열릴 수도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평양에서 북한 대표팀과 원정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에 난색을 보이면서 2008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루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2월 29일에는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남북 대표팀간 경기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