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6.02.03 16:22:21
실적 부진에 정책 불확실성 겹쳐…외국인 올들어 568만주 순매도
기관, 저가 매수 기회…올해 실적 개선 가능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호텔신라(008770) 주식을 두고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가 정반대 포지션으로 맞서고 있다. 외국인은 5년마다 면세점 특허권을 재심사받아야 한다는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호텔신라 지분을 연일 줄이고 있다. 반면 기관은 지난해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서고 있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호텔신라 지분율은 지난해말 29.44%에서 이날 21.09%로 8.35%포인트 낮아졌다. 한 달만에 3852억원 규모의 호텔신라 주식 568만주를 팔았다. 주당 평균 매도가격은 6만7938원으로 현재 주가 6만8800원보다 낮다.
호텔신라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8476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7.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350억원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유통사업 부문 이익이 크게 부진한 탓”이라며 “인천공항 면세점 리뉴얼 과정에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영업손실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또 정부의 면세점 정책을 악재로 받아들였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글로벌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의 더못 데이빗 사장은 “면세점은 5~7년 이상 운영해야 수익이 난다”며 “명품 업체가 한국면세점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세점 특허를 5년마다 원점에서 심사받아야 하는 ‘시한부 면세점’에 대한 외국인의 관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관은 지난달 6일과 29일, 2거래일 제외하고는 연일 호텔신라 주식을 샀다. 올 들어 누적 순매수 규모는 124만8000주를 기록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6만9087원으로 총 87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올들어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해도 현재 주가는 싸다는 인식이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혔다. 호텔신라 주가는 올해에만 11% 하락했고 지난해 7월 기록한 사상최고가 14만3000원 대비로는 52% 내렸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호텔신라가 매출액 3조 8000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난해보다 각각 17%, 119% 늘어난 규모”라고 분석했다. 면세점 사업자가 늘면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면세점 업계가 상위 사업자 중심으로 개편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판단했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메르스 여파로 감소했던 중국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며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적자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