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갑질 없었다" 法, 공정위 33억원 과징금 취소(종합)

by백주아 기자
2024.02.01 16:39:54

서울고법, 과징금 취소소송 쿠팡 손 들어줘
재판부 "쿠팡, 거래상 우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
"독과점기업 높은 납품가격에 쿠팡 오히려 손해"
쿠팡 "유통산업 발전 기여할 판단 환영"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부과한 33억원대의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일명 ‘갑질’을 했다는 공정위 판단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작년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제공)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비용은 공정위가 전부 부담하게 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8월 쿠팡이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051900)이 공정위 서울공정거래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에서 일시적 할인판매를 진행해 판매가격이 내려갔을 때, 총 101개 납품업자에게 해당 온라인몰의 판매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또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이 판매가를 낮추면 회사도 가격을 이에 맞추는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을 운영했는데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128개 납품업자에게 총 213건의 광고를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불복한 쿠팡은 “회사는 1위 생필품 기업인 LG생활건강으로부터 비싼 값에 상품을 공급받아왔고, 이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본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해 쿠팡이 거래상 우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 모든 조건이 동등한 경우는 오히려 이례적”이라며 “행위자가 거래 상대방에 비해 사업능력 면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거래상 지위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가격협상력에 관해 재판부는 “쿠팡은 8개 독과점 제조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높은 납품가격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었고 납품업자 101개 업체 중 독과점 기업을 포함한 87개 업체의 쿠팡 납품 가격은 다른 유통 채널에 대한 납품 가격은 물론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상품 매입, 판매를 위한 인건비, 보관료, 물류비 등 최소한의 비용을 감안해도 쿠팡이 거래에서 오히려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판매간섭 요구 행위에 대해서는 “거래 상대방의 거래 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행위가 있었다 해도 그 사정만으로 거래상대방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적어도 문제된 행위가 최소한의 강제성을 가진 행위로서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고게재 요구 행위 또한 “광고 구매 요청 자체가 자체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강제성 인정을 위해서는 보다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법원이 바로 잡아준 것에 대해 환영하고 이번 법원의 판단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유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