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마약 신고한 남경필…"자식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by김민정 기자
2023.10.18 18:41:55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마약에 빠진 아들을 경찰에 직접 신고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아들로 인해 정치를 떠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 전 지사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3월 장남 남모(32)씨를 직접 경찰에 신고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남 전 지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약을) 끊게하는 것 (밖에 없는데) 이 정도 상태에 왔으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이 ‘이제 아빠가 신고해달라. 그래야 내가 구속될 것’이라고 말해 내가 직접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남 전 지사는 마약을 끊기 위해선 가족과 사회,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의 의지로 (약을 중단하는 게) 안 되는 것 같다”며 “신앙을 갖는 등 큰 뜻을 가지고 끊는 경우들은 있는데 자기 힘으로 끊는 경우들은 없다”고 했다.
남 전 지사는 마약 중독자의 가족으로서의 상처도 고백했다. 그는 “(가족으로서) 화가 난다. 화가 나면 아들에게 폭언하게 된다. 가족 간의 신뢰가 깨지고 (중독자는) 더 숨게 된다”며 “(가족 중) 마약을 하는 사람이 생기면 핵가족은 초토화된다. 우리나라 현실은 (중독자가) 감옥에 가는 방법 (혹은) 병원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 전 지사는 “(마약 중독자의 가족은)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주변과 상의해야 한다”며 “심한 경우엔 저처럼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 일단 (약을) 끊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전 지사는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두고는 “벌은 받아야 되지만 ‘남경필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벌 받는 것보다 1000배쯤의 욕을 먹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남 전 지사는 정계 복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은퇴 후 총선과 도지사 선거 때 많은 요청을 받았는데 전혀 생각이 없다”며 “젊은이들과 스타트업을 하면서 돈을 벌 거다. 저희 스타트업 하는 4명의 같은 CEO들이 다 마약 퇴치 운동에 자기들이 번 돈을 공헌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남 전 지사는 “아들의 치료를 믿는다”며 “아들이 형기를 잘 마치고 나와서 치료도 다 되면 같이 전국을 다니면서 마약 퇴치 운동가로 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30일까지 경기 용인과 성남에 있는 아파트 등에서 16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류 판매상으로부터 필로폰 총 1.18g을 구매 및 소지한 혐의도 받으며, 지난해 11월 26일에는 펜타닐을 흡입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 등에게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로,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약 200배, 헤로인의 약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지난 3월 23일 용인 기흥구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가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으며, 같은 달 2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
그러나 남씨는 영장 기각 5일 만인 같은 달 30일 예정된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재차 필로폰을 투약했다가 결국 지난 4월 구속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는 지난 9월 14일 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약물중독 및 재활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치료감호는 별도 시설에 수용해 치료하는 처분으로, 마약류 혐의와 관련해선 최대 2년 동안 수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