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그룹’ 이미지 벗는 두산그룹…新사업에 도전장

by박순엽 기자
2022.03.31 15:59:51

㈜두산, 자동판매기 운영업 등 사업목적 추가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로봇 등 신사업 추진
반도체·드론·물류 자동화 등 사업 다각화 나서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등에서도 변화 움직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대표 ‘중후장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 의약품 용기, 로봇, 드론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과감한 선택이 두산그룹을 새로운 도약으로 이끌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두산(000150)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제8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제조·가공·판매업과 자동판매기 운영업을 새롭게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안을 의결했다. 이는 회사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과 로봇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액상 의약품, 백신 등을 담는 용기(Vial) 제품 (사진=두산 제공)
앞서 두산은 지난해 12월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미국 ‘SiO2 머티리얼즈 사이언스(Materials Science)’에 1억달러(약 1192억원)를 투자했다. SiO2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예방용 mRNA 백신에 쓰이는 보관 용기를 제조·공급하는 등 100여개 이상의 양산·임상 제품 공급망을 확보한 의약품 용기 회사다.

두산과 SiO2는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공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제품 대체와 함께 신약 시장, 특히 바이오 의약품 용기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현재 SiO2의 모든 제품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으며, 이번 사업목적 추가에 따라 국내에서의 사업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두산은 사업목적에 자동판매기 운영업을 추가하면서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와의 로봇 사업도 확대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무인로봇 카페 시스템인 ‘모듈러 로봇 카페’ 등을 개발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튀김·면 쿠킹 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을 선보이며 푸드테크(Food tech)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한 ‘모듈러 로봇카페’ 제품 (사진=두산로보틱스)
이와 함께 두산은 3월 초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했다. 또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을 통해선 수소드론·물류드론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두산로지스틱솔루션을 통해선 물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이 이처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한 탓이다. 자회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채권단 관리체제를 빠르게 마친 만큼 미래 성장 동력을 다시 확보하는 데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등으로 맞이한 대전환 시기에 걸맞은 사업 재편이란 평가도 나온다.

주주총회를 개최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두산중공업(034020)은 같은 날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고, 가스터빈·수소·해상풍력·소형모듈원전(SMR)을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3D프린팅, 디지털, 폐자원 에너지화 등의 신사업 발굴 계획 등도 발표했다.

두산퓨얼셀(336260)은 모빌리티·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정관 내 사업목적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업 △환경친화적 선박용 기자재 제조·판매업 등을 신규로 추가했다.

두산 CI (사진=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