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동참하겠다는 김오수…인사·정권 수사 '첫 시험대'

by남궁민관 기자
2021.06.01 17:23:04

1일 靑임명장 수여식 후 취임식 갖고 본격 임기 돌입
취임사서 '검찰 개혁' 의지…정치 중립 확보 관건으로
이번 주 검찰 인사에 '정치 개입' 차단할 수 있을지 이목 집중
현 정권 수사 매듭도 난제…"靑과 충돌 불사해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 수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1일 취임식을 갖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본인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 논란을 채 끊어내지 못한 김 총장은 당장 예정된 검찰 조직 개편안 및 인사, 현 정권 관련 검찰 수사 마무리 등 실전을 통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 앞에 놓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총장은 1일 오후 4시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후 오후 5시께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임기에 돌입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그동안 과도한 권한 행사, 조직 이기주의, 불공정성 등 논란으로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사실상 현 정권의 ‘검찰 개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어 “제도 개혁에 따라 새롭게 변화된 형사사법 제도를 하루 빨리 안착시키겠다”,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구체화했다.

법조계에서는 현 정권에 발맞춰 김 총장이 시의적절한 ‘검찰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차례 수사지휘권 발동, ‘물갈이’ 성격의 검찰 인사 등으로 훼손된 수사 독립성 확보도 또 다른 과제로 지목된다.

당장 이번 주 중 예정된 검찰 인사를 앞두고 김 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검찰의 입장을 얼마나 피력하고 관철시킬지 여부가 그의 자격을 평가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단 김 총장은 오는 2일 오전 10시 인사차 박 장관을 만날 예정으로, 이날 자리에서 인사와 관련된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 인사와 관련 법무부는 이미 지난달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우선 단행할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 인사에 대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 수용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실상 친(親)정권 인사로 물갈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연관성’을 핵심 기준으로 꼽았던 박 장관이 이번에도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 검사를 인사 기준으로 꼽은 셈”이라며 “김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현 정권과의 충돌을 불사하지 못한다면 곧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박 장관은 추 전 장관의 윤 전 총장 징계 국면 당시 이를 반대했던 고검장들을 겨냥, ‘인사 적체’를 이유로 탄력적 인사를 하겠다며 소위 ‘고검장 찍어내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의 고검장 3명이 사의를 표명했고, 공석이 된 서울고검장 자리엔 친정권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론된다. 이 지검장 후임으로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 인사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검찰 조직개편안 역시 김 총장이 곧장 풀어내야 할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1일 각 지방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부서를 제외한 일반 형사부가 검찰총장 승인 없이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등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안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박범계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까지 불리는 이번 조직 개편안과 관련 김 총장이 박 장관에 어떤 의견을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와 함께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현 정권 관련 수사를 김 총장이 어떻게 매듭지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대검에는 ‘김학의 사건’과 관련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 평가 의혹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조직 개편안과 현 정권 수사는 앞서 사의를 표명한 고검장들이 직접적 사의 배경으로 언급하기도 해, 김 총장의 결단에 따라 검찰 내 그에 대한 리더십 향배 또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리고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 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며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 오 고검장은 “내부 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처방에 ‘교각살우’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