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보고 배워라"‥'코로나 대출' 속도전(종합)

by장순원 기자
2020.03.10 15:07:15

금융권 대출 모범사례 적극 전파
지신보, 핵심 업무도 은행에 위탁
2개월 걸리는 보증대출 기간 단축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신한은행은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가 오면 신용등급을 3단계나 올려서 심사를 합니다. 이런 모범사례가 다른 금융회사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전파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과 중소기업에 대한 총력 지원 모드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의 특별대출을 최대한 늘리고 보증대출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저리의 대출을 장담했다가 체면을 제대로 구긴 뒤 내놓은 보완책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코로나19 금융기관 현장점검을 끝낸 뒤 “은행권이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가 확산하며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해 지역신용보증기금(지신보)의 보증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증 심사가 지연되며 스텝이 꼬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을 받으려면 최장 2개월을 기다려야 상황이 연출되면서, 하루 이틀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대출 받기 전에 가게 문닫을 판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마스크 대란과 판박이다.

금융위는 우선 돈 줄을 쥔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지원에 나서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지신보 보증과 별도로 특별대출 신규자금 공급 규모를 종전 3조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력이 길지 않고 매출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가 녹록지 않다.

금융위는 본점 차원에서 아예 완화된 코로나 대출심사 기준을 내려보낸 신한은행의 사례를 소개하며 다른 은행도 적극 동참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아예 신용등급을 3단계 상향 조정해 대출을 심사한다. 기존 심사기준에 얽매이면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 등이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영업자로서는 대출금리는 내려가고 한도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아예 만기를 6개월 자동연장하며 모든 코로나 대출은 심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원칙적으로 지점장 전결로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는 또 기존 개입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비대면 만기연장을 하는 대신 창구에서는 신규 지원 업무에 집중하고, 신용등급이 낮아 보증서를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온다면 바로 대출을 거절하지 않고 담보 등을 보강해 심사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다른 은행도 이런 모범사례를 조속히 도입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해달라는 뜻이다.

은행권에서는 즉각적인 화답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 지역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등이 대출을 신청하면 2영업일 이내 심사결과를 통보키로 했다.



대출 지연사태를 빚은 지신보 보증부 대출은 대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코로나 피해기업의 대부분은 보증부 대출에 몰려있다. 은행의 문턱이 높은데다 보증부 대출 금리가 일반 은행 대출보다 2~3%포인트 정도 낮기 때문이다. 지원이 집중되자 지신보의 심사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금융위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신보가 수행하는 서류 접수와 대출 심사 같은 핵심 기능까지 은행에 위탁하고 신용보증기금 퇴직인력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재 제한된 범위에서만 일부 재단이 은행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를 심사 과정까지 넓히는 방안을 중기부와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세부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과 견줘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프로그램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 마련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추경을 통해 신규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회사채 담보부증권(P-CBO)와 특례보증을 포함해 1조2000억원 규모다.

코로나로 사무실이 폐쇄돼 금융회사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날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직원ㆍ교육생과 그 가족 등 최소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금융권 전체적으로 점포 60개 폐쇄됐고 금융권에서만 확진자만 110여명 수준이다.

금융위는 2월 25일∼3월 6일에 금융 유관기관과 금융회사를 상대로 진행한 금융권 업무연속성계획(BCP) 점검에서는 자본시장, 지급결제시스템, 보안 등 주요 부문별로 비상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국장은 “BCP를 미리 마련하고 준비해왔지만, 대규모 위기 상황에서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며 “실제 운영 과정에서 미비점이나 애로 사항이 제기될 텐데, 수시로 보완해서 현장 적응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금융부문 대응 관련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