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역사에 유감” 文대통령, ‘베트남전 참전’ 관련해 우회적 사과(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03.23 15:14:55

23일 하노이 주석궁서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 통해 양국의 불행한 현대사에 유감 표명
지뢰 및 불발탄 제거 등 베트남 중부지역 협력 확대 강조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23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 회담장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노이=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베트남 양국 현대사의 최대 쟁점인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민간인 학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노이 주석궁에 열린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92년 수교 이래 한·베트남 양국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언급하면서 “이처럼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한·베트남 양국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 한국과 베트남은 식민지, 분단, 전쟁이라는 역사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과거 베트남전에서 총부리를 겨눈 바 있다.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물론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이 늘면서 이제는 사돈의 나라로 불릴 정도지만 과거 앙금은 여전하다. 특히 베트남전 참전 당시 일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 비인도적 행위들은 양국관계의 걸림돌 중 하나이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베트남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지뢰 및 불발탄 제거 △병원 운영 △학교 건립 등을 통해 양국 국민 사이의 우의가 깊어지길 바란다고 주문한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불행한 역사에 대한 유감’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 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EP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 다낭을 방문했을 때 ‘호치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개막식에 보낸 동영상 축사를 통해 양국의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 ‘마음의 빚’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0자 원고지 8매 분량의 글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이제 베트남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베트남은 한국에게 특별한 나라이고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면서 “내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