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었지만..STX조선, 법정관리 가능성 상존

by박종오 기자
2018.03.08 16:42:49

은성수(왼쪽) 수출입은행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성동조선 구조조정 추진 결과와 처리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 8년여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 STX조선해양도 노사가 한 달 안에 인력 40% 이상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구조조정의 첫 시험대에서 경쟁력 없는 ‘좀비기업’에 혈세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앞세운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STX조선도 노사가 한 달 안으로 고강도 자구 노력과 사업 재편에 확약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두 기업 모두 추가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2010년 이후 8년여간 약 9조6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을 받았던 성동조선은 앞으로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컨설팅을 맡긴 삼정회계법인은 “성동조선은 자금을 추가 지원해도 회수 가능성이 없고 부실 규모가 커져 혈세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동조선은 이사회 논의 등을 거쳐 이르면 1~2주 안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법원의 채무 재조정 등을 거치며 회생 또는 파산을 최종 결정한다.



채권단의 5조원 규모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작년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STX조선도 9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STX조선 노사에 다음달 9일까지 인력 40% 이상 감축 등 고강도 자구 계획과 사업 재편 방안을 약속하라고 전달했다. 한 달간 시간을 주고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성동조선과 함께 법정관리에 넣겠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구조조정 결정이 궁극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어려움을 겪을 국민과 지역을 보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성동조선 조선소가 있는 경남 통영과 최근 한국GM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전북 군산에 협력업체 특별 보증 등 약 2400억원 규모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