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형욱 기자
2017.11.06 17:29:31
대북 강경대응 재확인…은연 중 자위대 과시 성과도
트럼프, 日 우려대로 美 대일 무역적자 문제 '돌직구'
[이데일리 김형욱 차예지 방성훈 기자] ‘2박3일, 약 46시간 동안 네 번의 식사와 비공개 골프 라운딩, 부인을 위한 별도의 보석 쇼핑….’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가 5~7일(현지시간) 일본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며 단단한 양국 동맹을 재확인했다. ‘브로맨스’(bromance·남자 간 애틋한 관계)란 평을 들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를 과시하는 동시에 정치적 의도성을 띤 이벤트를 틈틈이 끼워 넣으며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려했던 무역 적자 문제가 강력히 제기됐다. 미국을 활용한 중국 견제에도 실패한 모양새다.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이 트럼프의 이번 방한에서 얻은 최대 성과는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를 재확인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단단한 미·일 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에선 미국이 한 달 이상 핵실험·미사일 도발을 멈춘 북한에 대한 압력 수준을 낮추고 대화 무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력 목표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핵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만족할 수 없다. 북한이 ICBM을 포기하더라도 일본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여전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의 평생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서도 북미 대화 기조는 탐탁지 않다. 2차대전 직후 수립된 일본 평화헌법은 일본의 군사력 보유를 금하고 있다. 자위대의 위헌 논란을 없애고 실질적 군사력을 보유하려는 아베 총리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트럼프는 5일 방일 직후 “어떤 독재자, 독재 정권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걸 시작으로 일본 체류기간 내내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며 일본을 기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직전 북한 피랍 일본인 피해자인 소가 히토미(曾我ひとみ·58)씨를 만나 “아베 총리와 힘을 모아 피랍자가 모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일본 측 성과다. 피랍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일 정부의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한 것이다. 미 대통령이 피랍 피해 일본인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본 자위대 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모습도 연출하며 자연스레 자위대의 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