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4.07.22 20:13:39
유망 기술 기업 길러낸다 홍보해온 정부
예산 바닥나 돌연 지급 중단
담당 부처인 중기부 “내년에 줄 텐데 뭐가 문제”
정부 ‘인큐베이터’ 믿은 초기 유망 스타트업들 고사위기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지원금을 깎은 게 아니라 지급만 내년으로 미룬겁니다. 국회가 협의만 해줘서 내년 예산 늘어나면 다 줄 수 있어요. 그 정도는 스타트업들 다 버틸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악덕 체불임금 사장이 아니라 정부가 꺼낸 말이다. 예산이 돌연 바닥났다는 이유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약속했던 지원금을 돌연 끊어놓고 꺼내든 해명이 ‘스타트업들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정부의 대표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 대상 기업에 지급될 연구개발(R&D) 예산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올해 지급받아야할 예산의 반도 채 받지 못하고 기약 없는 보릿고개로 내몰리게 된 상태다.
중기부가 돌연 지급을 미룬 R&D 예산은 스타트업들에게는 사실상 생계비나 마찬가지다. 기술 개발 및 사업 운영 대금을 지급하고 연구원 월급으로 쓰는, 생존에 핵심적인 비용이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어떤 스타트업들에게 정부 지원금 연체로 생긴 이 보릿고개는 단순히 기다림을 넘어 죽음의 고개가 될 위기다.
문제는 올해 미지급된 예산을 내년에 지급하겠다는 중기부의 계획이 허점 투성이라는 점이다. 중기부가 올해 미지급한 연체분을 내년에 주기 위해서는 2025년도 R&D 예산을 그만큼 증액해서 받아와야 한다. 중기부 측은 국회를 설득해서 예산을 기준 대비 넉넉하게 받아오겠다는, 그저 ‘계획’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