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시온 기자
2022.09.06 17:45:38
“새벽 2시 퇴근...야근수당 없었다” 업계에선 “관행”
2019년 재량근로제 업무 포함된 금융투자업종
고용노동부 “협회 등록 및 재량권 인정돼야 적용 가능”
협회 등록도, 업무상 재량권도 인정 안돼...“명백한 편법행위”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여의도 일대 금융투자업계에서 대학생 인턴을 채용한 뒤 소정 근로시간을 넘겨 연장 근무를 지시하고도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인턴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지 않아 주 52시간제(1일 8시간) 예외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재량근로가 관행화된 업계에선 공론화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7시 출근, 새벽 2시 퇴근...가산수당 없었다”...업계에선 “관행”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김수민(가명) 씨는 올해 초 금융투자업계의 A사에서 인턴으로 6개월간 근무하며 오전 7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야근하는 날이 잦았다. 최저임금 조건으로 계약한 김 씨는 연장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도 전혀 받지 못했다. 계약상 소정 근로시간은 9시부터 저녁 6시였지만 이는 형식적인 문구에 불과했다.
김 씨는 업계 내에선 당연시하는 관행이라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씨가 종사한 금융투자분석 및 투자자산운용 업종은 지난 2019년 7월 고용노동부 고시(2019-36호) 개정으로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에 포함돼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아 하루 8시간이라는 근로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재량근로제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 및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나열된 특정 업무(연구개발. 언론사 취재, 법률사건, 금융투자분석, 투자자산운용 등) 종사자가 주 52시간, 하루 8시간이라는 근로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해당 업무 종사자는 실제로 근로한 시간과 상관없이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금융투자분석 및 투자자산운용 업무는 자본시장에서 산업 및 시장의 동향과 전망, 기업가치 분석, 고객자산 운용 등을 수행하는 업무”라며 “근로의 양보다는 질과 성과에 따라 보수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등 재량근로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업무에 해당한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협회 등록하고 재량권 인정돼야 적용 가능”
문제는 해당 업무의 전문 인력이라고 보기 힘든 단기 계약 인턴직도 사실상 제한 없는 초과근무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없는 수준, 관련 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해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관계자는 “전문 인력의 요건을 갖췄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경력, 학력 등의 자격이나 자격증을 갖춰 국가나 지자체,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에 등록, 신고하는 등 해당 인력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에 대한 지휘 및 감독, 보조 업무 수행, 업무 분장 등의 측면에서 근로자의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재량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 직원 수 변동 없었다...“인턴 재량권 사실상 불가능...제도 악용 사례”
즉 김 씨가 재량근로제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량권이 폭넓게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 금융투자협회에 관련 전문 인력으로 신고, 등록되어 관련 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씨가 근무한 A사의 금융투자협회 등록 임직원 수 추이를 확인한 결과 김 씨 근무 기간 전후 A사의 임직원 수는 변동이 없었다. 김 씨는 근무 기간, 임직원 수를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인턴이 전문 인력에 준하는 재량권을 가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노무사사무소 기쁨 이기쁨 대표노무사는 “현실적으로 인턴이라는 직무는 사측과의 종속관계가 강하고 정규직 신분도 아닌 실습생 개념인데 업무상 재량권이 인정될 리 만무하다”며 “법에서 규정하는 재량권은 대리급 사원도 실제로는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에게 그러한 재량권이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은 업계 사정을 고려해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로 인정해 준 것인데, 관련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인턴직의 야근이 관행화되는 것은 제도 악용과 다를 바 없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기준 관련 자격 취득 후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전문 인력은 금융투자분석 1029명, 투자자산운용 16074명이며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인력은 약 5500~6000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당 수치에 인턴 등이 포함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각 사업체에서 신고, 등록하지 않으면 협회에서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에선 등록 요건을 갖추었다면 실무적으로는 자격을 인정해 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규정상 협회에 등록이 되어야 전문 인력으로서 자격을 인정해 주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