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급한 불' 껐지만…中 대체 수입처 찾기 난망

by김미경 기자
2021.11.10 21:35:17

2~3개월치 中 요소 1만8700t 국내 반입
호주·베트남 물량 합쳐 2~3개월치 확보
숨통 트였지만, 대체 수입처 못 찾아
'골든타임' 놓친 정부, 근본적 해소 안돼

[이데일리 김미경 이정현 기자] 급한 불은 껐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측과 계약한 요소(요소수 원료) 1만8700톤(t)이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로 들어온다. 호주와 베트남에서 들어올 요소 및 요소수 수입분까지 합치면 2~3개월치 국내 사용 물량이 확보되는 셈이다.

일단 중국발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중국을 대체할 수급처를 찾지 못한 만큼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외교부는 10일 “중국산 요소 수입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한 결과, 우리 기업들의 기계약 물량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차량용 요소수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0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뉴스1).
이어 “중국 현지 공관은 우리 기업이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일부 물량의 검사가 완료됐음을 알려왔다”면서 “이중 검사를 마친 중국산 차량용 요소(요소수 원료) 300톤(t)가량이 내주 중 선적돼 출항이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요소수의 요소 함량이 약 30%인 것을 고려하면, 1만8700t은 국내에서 요소수 5만6100t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가 1개월간 사용하는 요소수는 2만4000~2만7000t으로, 중국 계약 물량이 차질없이 반입될 경우 2~3개월은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외에 정부는 이날 호주산 요수 약 2.7t(요소수 약 2만7000ℓ)를 긴급 수급하기 위해 군 수송기 ‘시그너스’(KC-330) 1대를 호주로 보냈다. 호주까지 왕복 20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호주산 수입분은 이르면 11일 오후 5시께 국내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음 주엔 베트남산 차량용 요소 200t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요소수 수입분이 국내로 수급되면 ‘최악의 물류대란’ 시점이 2~3개월 뒤로 미뤄지는 셈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하지만 근본적 불안 요인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중 간 뚜렷한 대책이 아직 없는 상황인 데다, 계약한 중국산 요소조차 어느 정도의 물량이 어떤 타이밍에 반입될지 시기나 물량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정부는 아직 중국을 대체할 요소수 수입처를 발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올해 수입한 요소수 원료와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으로, 특히 경유 차량 운행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기 전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정부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1일 공고한 시점에서 열흘이 지나서야 현지 공관에서 요소 통관 문제를 보고했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범부처적인 현안으로 공론화하는 데까지 또다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에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한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 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게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하며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단기적인 부분에서의 정상화라고 이해해 달라”며 “앞으로 요소수 수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협의해 나가서 요소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외교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KC-330)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군 수송기는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7000ℓ를 긴급 공수하는 작전에 투입됐다. 요소수 수입분은 이르면 11일께 국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요소수 판매 이틀째인 10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에 구매자들이 줄지어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