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11일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신분 첫 피고인

by송승현 기자
2019.02.11 14:15:00

梁 공소장만 수백쪽 가까이 방대
박병대·고영한 불구속 기소…임종헌 3차 기소
재판부 배당 다소 시일 걸릴 듯…法, 고심 깊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기며 8개월 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했다. 피고인 신분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법정에 서는 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양 전 원장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적용된 혐의는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 등이다. 아울러 양 전 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및 대법원에 이같은 비위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도입과 인사권 강화 등을 목적으로 각종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등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다수 재판에 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불법수집 △공보관실 운영비로 3억 5000만원대 비자금 조성 등 40여개의 혐의를 받는다. 양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줄곧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박·고 전 대법관이 양 전 원장과 이같은 범죄를 공모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양 전 원장의 공소장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 등에 대한 재판부 배당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법원 인사가 완료되지 않았고, 인사 완료 이후에도 담당 재판부 배당 시 양 전 원장과 연고 관계 등을 따져야 하는 등 변수가 많아서다.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는 모두 16곳이다. 이 중 세 곳의 재판장은 최근 인사에 따라 25일 다른 법원으로 이동한다. 두 곳의 재판장은 퇴직한다. 또 같은 법원에서 2년을 근무하면 사무가 바뀌게 되는데 이를 결정할 서울중앙지법의 사무분담회의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무분담이 완료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양 전 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이 있거나 사법농단 의혹에 직·간접 관여된 이들은 공정성 차원에서 재판부 배당 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형사합의31부 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양 전 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며 판사들에 대한 사찰 및 인사불이익 조치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형사합의33부 재판장 이영훈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법농단 의혹에 약 100여명의 판사가 간접적으로 연루된 상태라 법원에서도 재판부 배당에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재판에 대비해 지난해 신설된 형사합의34부(재판장 송인권)·35부(재판장 박남천)의 배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3차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관련 재판 개입’ 혐의로 지난달 15일 2차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