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장난?…`고교생 배정오류→구제약속→불가` 신뢰잃은 세종교육청
by박진환 기자
2019.01.24 13:59:52
11일 고교 신입생 배정과정서 전산오류로 중복 배정
최교진 세종교육감 "문제가 된 학생들 전원 구제" 약속
23일 법률자문 결과 재배정 유효…후속조치 불가 번복
교육청의 계속된 갈지자 행정에 학생·학부모 불만·불신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23일 세종시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019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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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세종시교육청의 오락가락 갈지(之)자 행정에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최근 빚어진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 오류와 관련해 재배정과 전원 구제을 약속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구제 불가 등 계속된 입장 번복으로 교육행정의 가장 중요한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23일 세종시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 지난 11일 오후 9시 발표한 2차 배정 결과가 유효하며 후속조치는 시행할 수 없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세종교육청은 지난 11일 2019학년도 일반계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을 위한 전산 추첨 과정에서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에 이미 합격한 학생 109명을 중복으로 배치하는 오류를 범했다.
세종교육청은 사고 6시간여 만인 11일 오후 9시경 109명을 제외한 학생을 대상으로 재배정한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보했다. 대상은 오는 3월 개교하는 다정고를 포함해 모두 13개 고교 2775명이다. 이 과정에서 최초 배정한 학교보다 뒷순위로 지망한 학교로 배정된 학생이 195명이 나왔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했다. 이에 학부모 100여명이 세종교육청에 밤샘 농성을 벌였고 최 교육감은 이들에 대한 전원 구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을 원하는 학교로 재배정할 경우 특정 학교는 과밀학급이, 몇몇 학교는 정원 미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정원 미달이 예상되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성급한 판단으로 내신 등 상대적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교육청에 찾아와 집단 항의했고 최 교육감은 이에 또다시 재고려를 약속했다. 결국 세종교육청은 법률 자문 결과를 근거로 구제 불가 입장을 최종 밝혔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8일 대전지방변호사회에 추천을 의뢰해 3명의 변호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최초 1차 배정은 객관적인 하자가 명백하고 중대해 무효이거나 취소 사유가 있어 직권취소된 처분으로 효력이 소멸한 것으로서 2차 배정이 유효하다”면서 “최초 1차 배정 오류에 따른 후속조치는 교육감의 권한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는 것이 법률적 검토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18일 발표 예정이었던 고입 배정 발표를 23일 발표함에 따라 예비소집일은 오는 28일, 학교등록일은 29~31일 진행할 계획이다.
최 교육감은 “이번 고입 배정 오류로 인해 2차 배정에서 후순위 지망 학교로 변경된 195명의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크나큰 실망감과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며 “앞으로 학사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해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육감이 재배정에 따른 구제를 이미 약속했고 이번에 이를 다시 번복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재배정 통보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들은 “교육행정이 무슨 애들 장난이냐. 이번 배정 오류는 단순히 생각해도 전체 입학 정원만 확인해도 빚어질 수 없는 교육청의 인재(人災)”라고 전제한 뒤 “이 혼란 속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지, 학생들을 위한 다른 대안은 없는지 교육청이 답을 내놓을 차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