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 日도시바메모리 인수 총력전 “美공장 신설”
by김형욱 기자
2017.04.20 14:46:57
애플·아마존·델 공동투자 포함 美·日 3국 연합안…성사 여부 불투명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타이완 훙하이(鴻海·폭스콘)정밀공업이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 공장 신설안을 새로이 꺼내 든 것으로 확인됐다.
훙하이가 도시바메모리 인수 1차 입찰 때 이 같은 구상을 도시바 측에 전했다고 20일 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아사히·마이니치 등 현지 언론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9년까지 미국 신공장 건설을 위해 20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1만6000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래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인 도시바는 최근 자금난 끝에 반도체 부문을 ‘반도체메모리’란 이름으로 분사해 매각기로 했다. 지난달 1차 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현재 미국 브로드컴과 미 투자펀드 실버레이크 연합, 미국 웨스턴디지털, 한국 SK하이닉스(000660), 타이완 훙하이(鴻海·폭스콘)정밀공업 4개 진영이 남아 있다. 대부분 10조~20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훙하이는 30조원을 써내며 금액 면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중국계 기업에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의향 탓에 가능성 면에선 가장 후순위로 밀려 있다.
훙하이가 미국 신공장 건설 계획을 포함한 건 비용뿐 아니라 명분 면에서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자국 일자리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 미국에 연일 구애하는 일본 정부의 마음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아사히·마이니치신문은 훙하이가 애플과 아마존, 델 등 미국 3개 기업과 훙하이가 앞서 인수한 일본 기업 샤프 등을 동원해 일본-미국-타이완 3국 연합을 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훙하이의 직접 보유 지분을 20%대로 낮춰 기술 유출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실제 성사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애플 20%, 아마존 10%, 델 10% 등 구체적인 지분율까지 명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훙하이의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현지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가 정부의 입김이 큰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일 관민 펀드 산업혁신기구가 브로드컴과 함께 인수하는 미·일 동맹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