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우리 아이 소식은 없나요"

by박보희 기자
2014.04.16 17:54:46

단원고 학부모 300여명 진주로 출발
실종자 수 107명에서 293명으로 늘자 일부 '오열'

[이데일리 박보희 강신우 기자] ‘단원고 학생 1명 사망.’

16일 오후 1시. 전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던 학생의 사망 소식에 경기도 안산 단원고 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초 오전 11시쯤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전해들었다며 학부모들에게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등 339명 전원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환호와 안도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뒤 이는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으로 밝혀지면서 단원고 최초 사상자 명단이 발표된 것이다.

16일 오전 8시55분쯤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원고 학부모들은 학교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단원고 학생 325명은 14명의 교사와 여행사 직원 1명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학부모들은 하루 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뜬 표정으로 집을 나선 자녀들의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학부모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여 뒤였다. 학교에 모인 학부모들은 “사고가 나고 한 시간 후에야 사고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소식을 듣고 나서야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며 학교 측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학교 측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학교 내에 상황반을 만들고 버스를 동원해 학부모들이 사고 현장인 진도로 출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부모 300여명은 이날 학교 측이 마련한 10여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사고 현장으로 속속 출발했다. 일부 가족들은 학교에 남아 상황을 주시했다.



학교 측은 이날 임시 휴교령을 내려 등교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친구와 선후배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임시 휴교 상태에서도 학교에 남아 이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했다. 일부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친구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늦은 오후까지 학교에 남아 실종된 후배를 기다리던 조경호(3학년) 군은 “수업 중에 반 친구가 큰일 났다고 해서 인터넷 등을 찾아 알게 됐다”며 “2학년에 친한 후배가 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학교 측은 강당에 상황실을 꾸리고 생사가 확인된 학생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지했다. 하지만 오후 3시쯤 77명의 명단이 확보된 이후 추가 명단 공개 속도가 늦어지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해갔다.

뒤늦게 추가 명단이 발표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선배 소식을 기다리며 수시로 명단을 확인하던 1학년 여학생은 “친한 언니가 살아 있는 게 확인이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 생존자 확인 명단에 이름이 나오지 않은 가족들은 한 손에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며, 또 다른 손으로는 연일 명단을 훑어 내렸다.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자 명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피해자 가족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오후가 되도록 탑승자 인원과 구조자 인원조차 수시로 말을 바꿨다. 오후 3시30분. 당초 368명으로 알려졌던 구조자 수가 사실은 166명, 실종자가 107명이 아닌 29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집계상 착오로 290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일부 학부모들은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368명 중 자신의 자녀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학부모들은 그 가능성이 낮아지자 학교 관계자와 현장에 파견을 나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지금 이 시간까지 도대체 한 게 뭐냐”며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결국 실신해 쓰러져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후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