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증건 검찰 이첩…미래에셋·KB證도 검사

by김경은 기자
2025.01.08 15:41:51

차입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순차 유증 ''부정거래'' 소지 취지
금감원, "미래에셋·KB증권 검사 진행 중"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의 2조5000억원 규모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고려아연 경영진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이첩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이후 30% 할인된 가격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증 발표 당일 고려아연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공개매수 결정 당시 유상증자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다.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면서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허위 신고서 작성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국에서 고려아연 경영진 등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금융투자검사국에서 진행 중인 기관에 대한 검사 결과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31/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대표 모집주선회사다. KB증권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지원했고, 유상증자와 관련해선 공동모집주선을 담당했다. 두 회사는 고려아연의 의도적 누락을 방조했을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정거래 조사 결과와 달리 기관에 대한 금감원이 진행하는 검사 결과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일반 주주들도 지난 7일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등을 남부지방검찰청에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MKB파트너스 연합과 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고려아연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