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여파?…호텔 빌려쓰는 외교행사 논란

by이유림 기자
2022.09.20 17:08:49

尹대통령,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사용
외교부, 외교행사 장소 마땅찮자 '호텔' 빌려 써
새 외교장관 공관 이전 비용만 최소 26억원 소요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여파로 ‘외교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20일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사용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외교부가 외교 행사를 치를 곳이 마땅치 않아진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16일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각종 행사 장소로 ‘호텔’을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 장관은 이달 초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공식 방한했을 당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달 중순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났을 때도 장소는 호텔이었다. JTBC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외빈들과의 식사 비용에만 2000만원 가까이 소요됐다. 한국의 이미지를 소개하는 외교 장소로 민간 호텔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무리한 대통령실 이전으로 외교부가 떴다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내준 외교부는 외교 행사를 치르기 위해 호텔을 전전하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장관 공관은 삼청동 대통령 안가로 옮겨지는데, 외교 공간이 없어 공식 외빈 접대조차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새로운 외교부 장관 공관은 서울 삼청동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으로 낙점됐는데, 이전 비용만 최소 26억원이 소요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을 외교부 장관 주거용 공관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올해 3억500만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청와대 경호처 별관을 외교부 장관 업무용 공관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2023년도 외교부 예산안에 21억 7400만 원을 추가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장관 공관 부지가 협소한 탓에 대연회장 조성을 위해 외교부 청사 18층 리셉션홀 리모델링에 1억 4000만원이 추가 집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텔을 전전하며 외교행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는 행사 개최 시 참석자 규모 및 성격,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장소를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과거 한남동에 외교부 장관 공관이 있었을 때도 공관 외에 외교부 본부 청사에 있는 접견실과 리셉션홀, 호텔 등 외부 시설을 많이 활용했다”며 “장관 공관에서 행사를 열더라도 대부분 케이터링(행사·연회 때 음식 제공)을 하기 때문에, 실제 호텔에서 하는 행사보다 경비가 더 많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