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어찌할꼬"…우크라전 장기화에 나토 내부 '동상이몽'
by장영은 기자
2022.04.07 17:16:36
'러 비판' 한목소리 나토, 전후 대응 놓고는 입장 갈려
중부 유럽 "러와 관계 철저히 단절하고 굴복시켜야"
프·독 등은 러와 관계 유지 원해…"러 제압 쉽지 않아"
나토 사무총장 "전쟁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경고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관련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지만, 향후 대응을 놓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 지난달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30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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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대응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일 내 수도 키이우를 함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40일이 넘도록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량 공세를 앞세운 러시아군의 저력도 만만치 않아 전황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한때 키이우까지 치고 들어왔던 러시아군은 지난 2일 우크라이군에 밀려 퇴각했으나 전열을 정비하고 우크라이나 동부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고 세계질서를 재구축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이 변했다는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전쟁이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나토 각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경제에 미칠 영향, 잠재적인 위험 등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NYT는 복수의 서방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폴란드와 발트해 인근 국가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관계를 완전히 끊고 러시아를 굴복시키길 원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승전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작은 빌미라도 용인한다면 유럽 안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견제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프랑스, 독일, 터키 등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의혹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제압하기 쉽지 않고 전쟁의 결과도 한쪽의 완승보다는 양측의 진을 빼며 휴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던 국가들로서는 전쟁 장기화하며 부담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확실한 승전보다는 양측의 진을 빼는 휴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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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나토 외무장관들은 오는 6~7일 회담을 열고 무기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의 무력 증강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향후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키우는 데도 중요하다.
미국을 비롯해 나토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지만, 전쟁 장기화와 전황 변화로 필요한 무기의 종류도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진군을 막기 위한 장사정포나 무장 드론 등이 꼽힌다
나토 외교장관 회담차 브뤼셀에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취재진에게 “많은 전장에서 분명한 역학 관계 변화가 있다”면서 “회담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새 방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탱크와 전투기를 중심으로 무기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서방에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전날(6일)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대(對) 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포함해 최대 1억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나토가 제공한 무기의 종류를 정확히 공개할 수 없지만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나토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종전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가 종전 시기·방식·협상 내용을 판단할 예정이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해서 나토 국가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