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내려라, 금리 낮춰라‥압박하는 당국

by이승현 기자
2021.02.23 14:44:16

4월부터 카드사 수수료 원가 재산정 TF 운영
작년 실적호조가 인하 명분 가능성…"인하여력 없다"
최고금리 인하로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조정 불가피
당국, 기존 20% 초과대출에 인하된 최고금리 적용 추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호실적을 거둔 카드업계에 올해는 힘겨운 정책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를 두고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7월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등은 이르면 4월부터 카드사 수수료 원가(적격비용) 재산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전망이다.

현행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당국과 업계가 적격비용을 바탕으로 3년마다 재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가 그 시기다. 금융위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영세·소상공인 등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합리적 개편방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적격비용은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위험관리 비용·일반관리 비용·밴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 비용 등을 검토해 산정한다. 다음달 말 카드사들의 결산작업이 종료되면 TF 활동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카드업계에선 지난해 예상밖의 좋은 실적이 오히려 수수료 인하 명분이 될 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총 1조9917억원으로 전년보다 2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에선 이에 대해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마케팅 비용 등이 감소했고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 등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더 이상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는 정부가 우대 기준을 신설하고 수수료율을 내리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12차례 인하됐다. 현재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우대가맹점은 약 280만개인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한다.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1.3% △5억~10억원 1.4% △10억~30억원 1.6% 등이다.



그럼에도 올해도 코로나19가 지속되면 금융권의 지원 필요성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와 직접 관련된 이슈여서 업계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감에 따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의 대출 수익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전반적인 금리 하향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카드론 금리는 최저 연 4%대에서 최고 23.9%까지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평균금리가 연 18~19%이며, 특히 연 20% 초과대출이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집계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제 2금융권의 기존 대출에 인하된 최고금리가 적용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최고금리 인하는 시행일인 7월 이후 신규·갱신·연장한 대출에만 적용된다. 기존의 연 20% 금리 초과 차주는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18년 개정 표준약관에 따라 최고금리를 넘는 기존대출 금리는 시행 시점부터 자동으로 최고금리 수준으로 내려간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 등 다른 업권에 대해선 이러한 약관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자발적으로 최대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일 뿐”이라며 “최고금리 인하 취지에 맞게 금융사에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율적 성격이라도 해도 당국의 방침을 카드업계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8년 법정최고금리 인하(연 27.9→24.0%) 때에도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 등은 정부 요청에 따라 기존 대출에도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