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공익적 영상만 만들라고?`…2030공무원 유튜버들 `부글부글`

by최정훈 기자
2019.12.19 15:48:31

겸직허가 기준 등 공무원 유튜버 지침 준비하는 정부
"취미생활인데 일부러 재미없는 콘텐츠 만드나" 불만
겸직허가 핵심기준은 수익성…애매모호, 일관성 없어
전문가 "문제 생기면 현행법 규제 가능…지침 과도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다른 공무원들이 주말에 낚시하고 골프치 듯 유튜브 영상 만드는 건 제게 취미일 뿐입니다. 돈을 벌려는 목적도, 수익도 거의 없는데 겸직 신청이나 활동지침을 만들어 제한하려는 건 과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일상생활이나 여행 등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취미를 가진 A시 소속 공무원 김성훈(29·가명)씨는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취미활동까지 규제를 받는 건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받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정부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공무원 유튜버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자 2030세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운동이나 독서 같이 개인방송도 하나의 취미 활동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개인방송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지만,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19일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공무원 인터넷 개인방송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설문지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한 다음 유튜브와 관련한 겸직 허가 등 기준을 늦어도 내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공무원들이 늘면서 현재 기준으론 광고 수익 등 겸직 허가하는데 한계가 있고 정치편향이나 가짜뉴스 등 불법 활동을 예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위나 영리 추구행위를 할 수 없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담당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조건에서 소속기관장 허가를 받아 겸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겸직금지 조항이 취미로 개인방송을 하는 공무원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교사 유튜브 활동 기준을 마련한 교육부 복무지침을 참고할 방침인데, 해당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공무원이 개인방송을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침은 광고 수익 발생 최소 요건 도달 시 실제 수익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려면 계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속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1~2개의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조건에 달성하는 경우도 있고 요건에 맞아도 결국 구글과 계약하지 않으면 수익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의 경우 영상 시청시간이 4000시간이고 구독자가 1000명이면 수익 조건이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영리 목적이 있으면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정치 편향되거나 공무원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나 국가 정책에 반하는 활동도 기준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공무원 유튜버 캡처.
결국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최소 요건을 달성하는 건 공무원 유튜버의 의지만으로 가능하고 겸직신고 의무에 겸직 허가권자에 따라 허가 여부도 불투명해지자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개인방송은 이미 하나의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았는데도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

수익조건을 만족해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공무원 A씨는 “공무원이 만드는 영상은 무조건 공익성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냥 일상생활도 취미로 찍어 올리는데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이런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대 공무원 B씨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영상을 재미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취미활동이라도 잘하고 인정받고 싶은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건 과도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해도 정부에서 활동 지침을 만든다는 것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명예훼손, 정치편향 등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 기존에 있는 법으로 규제를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권고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지침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